“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아 온 배우 최불암이 40여 년간 인연을 맺어온 아동복지단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에 오른다.
초록우산은 30일 전날 밤 별세한 최불암 전국후원회장의 장례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향년 87세. 고인은 배우로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는 한편, 평생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 왔다.
고인과 초록우산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드라마 ‘전원일기’를 촬영하던 중 아역 배우와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후 ‘전원일기’와 ‘보통사람들’ 출연진과 함께 단체 결연 후원을 시작하며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초록우산은 고인을 연예계에 결연 후원 문화를 정착시킨 대표적 인물로 평가했다.
1985년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으로 위촉된 뒤에는 41년간 국내외 아동복지 현장을 누볐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후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힘썼다. 초록우산은 고인이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60만명 후원자를 대변하고, 우리 사회에 아동복지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고 설명했다.
도움의 손길은 국경을 넘었다. 고인은 2007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2014년 우간다, 2015년 케냐 등 아프리카 지역을 직접 찾아갔다. 고령에도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해외아동 지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였다.
해외 후원 기반을 넓히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국내 아동복지 자원이 부족했던 1990년대에는 직접 해외로 눈을 돌렸다. 1994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을 방문해 현지에서 해외후원회 결성을 추진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초록우산은 8개국에 25개 해외후원회 체계를 구축했다.
고인의 관심은 빈곤 아동을 넘어 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도 향했다. 2012년에는 위기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제로캠프를 설립했다. 소년수형자들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공감과 지지의 중요성을 알렸다.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을 맡아온 고인은 2016년 3월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지낸 고 안성기 배우와 만나 비영리단체(NPO)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과 나눔의 의미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고인은 나눔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도 앞장섰다. 2015년 전국후원회장 30주년 기념식에서는 “나 혼자만 행복해지는 건 결코 상상할 수 없고, 어린이들을 또 하나의 ‘나’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봉사는 비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생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장지로 향하기 전 초록우산 재단에 꼭 들러달라는 뜻을 남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발인 이후 운구 행렬은 장지로 떠나기 전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고인은 2011년 ‘철가방 기부천사’로 알려진 고 김우수 후원자의 장례에서도 상주를 맡았다. 당시 김 후원자의 장례 역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졌다. 이번에는 고인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재단의 이름으로 마지막 배웅을 받게 됐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고 최불암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은 국민 아버지로 연기를 통해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비추며 따뜻한 마음으로 소외된 이들을 먼저 생각해왔다”고 추모했다. 이어 “평소 방송에서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말을 해오시며 마지막까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평생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아동의 삶과 행복에 주목하고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앞장서며 헌신해오신 고인의 의지와 그간의 활동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은 황 회장이 맡는다.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홍문종 전 국회의원, 김성은 신부, 한일수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사무총장, 양옥경 초록우산 대표이사와 전국후원회 임원단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 1층에도 별도의 추모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발인은 11월 2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