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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곧 만날거예요”…‘전원일기’ 국민 부부의 마지막 인사

중앙일보

2026.10.30 04:48 2026.10.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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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최불암의 빈소. 연합뉴스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최불암의 빈소. 연합뉴스

“나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이 안 들어요. 만나자고 하고 싶어요. 곧 만날 거예요. 너무 그리운 사람이니까. 고맙다”

30일 저녁,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를 찾은 배우 김혜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혜자는 고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22년간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국민 아버지'의 표상이 된 고인과 더불어 푸근한 '국민 어머니'로 자리매김했다.

조문을 마친 김혜자는 부축을 받으며 "내가 얼마나 살겠나"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죽으면 또 만날 거고, 생각하기에 따라서 마지막은 없어요. 저 사람에 대한 추억도 많고, 다 기억하면서 살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최불암은 전날 밤 10시 30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최불암의 연기 인생 67년간 채워진 각별한 인연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원일기'와 더불어 '영웅시대'(2004~2005)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춘 배우 이계인도 "제가 (최불암) 형님과 술을 가장 많이 마신 사람"이라며 지근거리에서 지낸 40년 인연을 떠올렸다.

그는 "얼마 전에 형님이 병원에서 전화해 '매운탕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낚시 좋아하는 제가 동네 어부들과 좋은 고기를 준비해놨는데,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 그 고기가 아직도 냉장고에 있다"고 털어놨다. 이계인은 "형님 잘 가세요. 절 놔두고 먼저 가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한 뒤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개그맨 이홍렬에게 최불암은 '아버지'가 아닌 '회장님'이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이홍렬은 "(고인은) 전원일기에서도 '회장님'이셨지만, 사회복지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도 '후원회장'이시다"라며 "드라마에서 따뜻한 아버지상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으셨지만, 재단에서 보여주신 영향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떠올렸다.

최불암은 '전원일기' 촬영 중이던 1981년 아역 배우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후원해왔다. 1985년부터는 후원 회장을 맡아 국내외 아동을 위한 후원 활동을 해왔다.

이홍렬도 고인에게 영향을 받아 1986년부터 재단 후원을 해왔다. 그는 "최불암 회장님이 1998년 저를 재단 홍보대사로 임명해주셨고, 나눔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저를 이끌어주셨다"며 "회장님만 바라보며 나눔 활동을 해왔는데, 이제 기댈 곳이 없어진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고두심과 윤여정·최명길·박상원·임호도 빈소를 찾았다. 김혜수는 빈소에 오래 머물며 유족을 위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저녁에 빈소에 발걸음을 했다. 오 시장은 "선생님과 인연이 깊다. 저도 시장을 오래 하고 있는 편이지만, 선생님도 30년 가까이 서울시 홍보대사를 하셨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간 서울시 홍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노들섬 예술섬 프로젝트와 한강 예술섬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셔서 정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셨는데, 사업 막바지에 돌아가셔서 참 섭섭하고 많이 허전하다"고 밝혔다.

최불암은 1998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 시절 처음 서울시 홍보대사에 위촉받아 28년째 최장수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자신의 예명과 한자가 같은 서울시 노원구 불암산의 명예 산주로 임명돼 불암산보존회와 함께 산신제를 지내며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고인은) 저의 고등학교 선배고, 아버지(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와도 가까이 지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최불암은 19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의 비례대표로 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드라마 '영웅시대'에서 고인이 연기한 천태산 세기그룹 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모델로 했다.

방송사들도 30일 고인을 기리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긴급 편성했다. KBS는 이날 밤 11시 10분에는 '따뜻한 어른, 최불암 당신이 길이었습니다'를, 11월 1일 오후 8시 10분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내보낸다. 고인의 또 다른 장수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촬영 과정 등 생전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MBC 역시 올해 5월 방송했던 다큐 '파하, 최불암입니다' 1·2부를 특별 재편성했다. 1부는 이날 오후 8시 40분, 2부는 11월 1일 오전 9시 30분에 각각 방송된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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