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07년 아들 배런 트럼프를 안고 있는 모습. AFP=게티이미지
전쟁부터 천재지변까지 사건·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싶을 때,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결정적 순간이 가물가물할 때, 세계적 인물의 과거가 궁금할 때, 학교 과제부터 직장 업무까지 전형적인 이미지를 써야할 때…. 사진이 필요한 순간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 곳을 찾았다. 게티이미지(Getty Images). 한때 ‘사진의 왕국’으로 불렸던 게티이미지가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티이미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영업을 유지하며 채무를 조정하는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파산보호 신청이 곧 사진 서비스의 중단이나 회사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청 당시 부채가 14억6000만 달러(약 2조원)에 달하는데 직전 1년 매출이 9억78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 현금 보유액은 2000만 달러(약 260억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다.
게티이미지는 1995년 영국 런던에서 마크 게티와 조너선 클라인이 공동 창업했다. 당시는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다. 흩어져 있던 스톡 사진(특정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자격을 준 사진)을 누구나 온라인에서 검색·구매해 쓸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현장 사진기자와 전속 계약을 맺고 세계 각지의 통신사와 콘텐트 제공자에게서 이미지를 확보했다. 최근까지 이미지·영상 라이브러리가 6억6200만 건을 넘어섰고, 역사 사진 아카이브만 1억5000만 장 이상이었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게티이미지를 위기로 내몬 1차 원인은 소송이다. 스스로 이미지 무단 사용에 무차별 소송으로 대응해왔지만, 정작 주식 매입 권리를 둘러싼 투자자 소송에서 패소해 법률 비용과 이자 등 2억 달러(약 26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했다. 경쟁사 셔터스톡(Shutterstock)과 합병 무산도 위기에 불을 질렀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셔터스톡의 편집용 이미지 사업 매각 등을 합병 승인 조건으로 제시하자 게티이미지가 받아들이지 않고 합병을 철회했다. 합병을 전제로 조달한 고금리 부채가 연간 2억3900만 달러(약 3200억원)에 달했다.
게티이미지에서 '채소'를 검색했을 때 찾을 수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 게티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 확산에 따른 외부 환경 변화가 결정타였다. 누구나 AI로 원하는 이미지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내면서 유료 사진 수요와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사진 아카이브와 저작권 관리 역량만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악시오스는 “뉴스 사진의 제왕도 AI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게티 가문과 투자사 코흐 에쿼티 디벨롭먼트는 최대 5억3300만 달러(약 7100억원) 규모 자본을 투입해 회생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마친 뒤 비상장사로 전환해 생존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