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중간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산업 능력을 가진 미국이지만, 과거에는 미국 역시 농업에 의존했다. 건국 초기 대부분의 국민은 10월 말까지는 농지에 묶여 있어야 했다. 11월부터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지만 일요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교회에 가야 했고, 교통수단과 도로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그다음 날인 월요일에 투표장으로 가려고 해도 한참을 이동해야 했다. 이런 연유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미국 공직 선거는 11월 첫째 주 월요일 다음날인 화요일에 치러진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현지시간으로 11월 3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중간선거’는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다. 2년마다 상원의원의 3분의 1, 그리고 하원의원 전체를 새로 뽑아야 하기에 한 번은 대통령 선거와 겹치게 되고, 그다음은 대통령 임기 한가운데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중간선거의 매직 넘버는 상원과 하원 모두 ‘4’다. 상·하원 둘 다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4석의 순증이 필요한 상황이란 의미다. 중간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도는 15~20%포인트 차이를 유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매우 낮은 30%대 초반 수준을 보이는 추세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비교의 환경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전쟁 발발이란 악조건으로 인해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에 상·하원을 모두 넘겨줬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2006년 중간선거를 이번 선거와 매우 흡사한 사례로 꼽고 있다. 더구나 당시 중간선거 직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30%대 중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두 선거의 유사성은 사뭇 높아 보인다. 2006년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은 하원에선 공화당 대비 31석을, 그리고 상원에선 공화당 대비 2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을 더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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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중간선거 결과도 정확히 20년 전이었던 2006년 선거 결과와 매우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단의 근거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모든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기준으로 여당은 대체로 10% 정도의 의석을 잃은 걸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공화당이 하원에서 218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체로 20석 정도의 패배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참패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현지의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하원 참패 기준을 대략 30석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상원의 경우 이번에 치러지는 35개 주가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 많아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상원은 1~2석 정도 민주당의 우위로 결판나지 않을까 점쳐지는 상황이다. 결국 2006년 중간선거 결과와 매우 흡사한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서 막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이 여론조사서 15~20%P 앞서 선거는 ‘구도, 인물, 이슈’의 싸움이다. 특히 이번 미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심판론’과 ‘이란 전쟁 심판론’ ‘고물가 심판론’이 구도를 지배하느냐, 아니면 반대 진영으로부터의 ‘중국 부상 심판론’과 ‘이민자 심판론’ ‘무슬림 심판론’이 구도를 지켜내느냐의 싸움이 우선이다. 통상 미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향후 비전을 놓고 승부를 건 대결이어서 ‘미래 전쟁 프레임’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고 중간선거는 지난 2년의 행정부 성적표, 특히 경제 상황 성적표를 놓고 승부를 다투는 ‘과거 전쟁 프레임’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구도의 측면에서 볼 때 민주당이 훨씬 유리한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수준의 물가 폭등은 미국 내 중산층에게 매우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행정부 2년 동안의 물가 인상은 5% 수준으로, 과거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때의 누적 물가 인상률인 9%보다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 전쟁으로 인한 특정 수입 품목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그리고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의 폭등과 같은 특정 사안이 심리적인 물가 인상률을 장악함으로써 표면적인 물가 인상률을 무력화시켜 버린 측면이 강하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또한 널리 알려진 대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외 정책은 다른 어떤 중간선거 사례보다 외교 이슈가 선거 깊숙이 관여하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란 전쟁 등 외교적 난맥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외교 사안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차원에서 미·중 경쟁, 이민자 정책, 캐나다와의 갈등, 남미에서 오는 마약 유입 등과 오버랩되며 확대 재생산됐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외교 정책이 가지고 있는 ‘비밀주의’ ‘국가 핵심 이익’ ‘특정 정책 결정 그룹’ 등과 같은 이미지를 뒤로하고 미국인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중에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는 특별히 주목을 끄는 대목인데, 이 사안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가치 판단과는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가 모두의 이해관계가 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다뤄지던 외교가 보통 유권자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40% 내외에 머물고 있는 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도가 이번 선거에 깊게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선거에는 격전지가 있다. 이번 중간선거도 하원은 민주당이 무난히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원은 초격전주 5~6곳의 승패가 ‘누가 상원 다수당이 되느냐’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현재 현지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최대 격전지는 알래스카·텍사스·미시간·아이오와·오하이오·캔자스·메인 등으로, 이 중 미시간과 메인을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늘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약진과 공화당의 고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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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전국적인 쟁점 지역으로 급부상한 곳이 캔자스주다. 상원의원 선거가 접전인데, 1932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94년 동안 캔자스주는 민주당 상원의원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던 그해 이후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이 전무했다는 뜻이다. 그랬던 캔자스주가 격전주로 분류된다는 건 미국 정치 현실에선 상상조차 하기 힘들 일이었다.
캔자스주는 94년간 공화당이 상원 독점 무엇보다 전통적인 농업 지역이라는 점이 공화당 강세의 주된 이유였는데, 최근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인해 농업기계 가동의 어려워진 데다가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삭감으로 농산물의 해외 공급 및 수출이 막힌 점 등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면서 민주당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물론이 상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은 감리교 목사 출신의 아담 해밀턴을 상원의원 후보로 내세웠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교회 이력은 전통적인 공화당 세력의 비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시선은 중간선거 이후의 전망에 쏠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의 대체적인 관측처럼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진다면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독주에 심각한 제동이 걸릴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지난봄 수차례에 걸쳐 의회 통과에 실패했던 ‘전쟁권한법’도 당장 통과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수행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직접 패널을 들고 해당 국가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시작된 관세 전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의회 입법권을 통해 대통령의 무역권 제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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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하원은 미국의 모든 예산의 출발선이다. 예산 없이는 국경 장벽 쌓기, 복지 지원 감소, 기업 중심의 감세 정책 등이 트럼프 행정부 뜻대로 진행되기 힘들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미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개인 비리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 전망은 보수적일수록 안전하다. 상원 선거 결과 1~2석 차이로 민주당이 근소하게 이기지만 공화당이 상징적인 경합주는 지켜내거나 하원 선거 결과 25~30석 수준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민주당이 ‘정치적 승리’까지 가져갔다고 선언하긴 쉽지 않다.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마이웨이’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미 중간선거는 ‘2024년 대선의 연장선’이란 해석과 함께 선거 이후 ‘트럼피즘’의 어떤 부분이 사라지고 어떤 부분이 지속될 것이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