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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턴 600만원”…취업난 덮친 中청년들, 되레 돈 쓴다

중앙일보

2026.10.31 14:00 2026.10.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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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중국 산둥성 텅저우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 산둥성 텅저우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한 대학 회계학과 2학년인 왕구이린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올겨울 인턴십을 알아보던 중 2가지 선택지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수천 명의 지원자와 경쟁하는 정식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브로커에게 수천 위안을 내고 인턴 자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자신의 평균 수준 성적으론 유명 기업 인턴을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 왕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그는 “이런 자리는 보통 최상위권 대학 3·4학년이나 인턴 경험이 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나 같은 상황이라면 인턴을 따내기 위해 추천인에게 돈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한 중국 대학생의 현실이다. 갈수록 취업 문이 바늘구멍이 됨에 따라 유명 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고사하고 인턴 자리마저도 따내기 어려워졌다. 이를 위해 거액의 알선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유료 인턴십’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기업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기업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입 공채 시험에 지원하기 위해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이 중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턴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를 위한 알선 업체가 성행하는 것이다.

이들이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상품은 다양하다. 이력서 첨삭과 면접 준비 등 일반적인 취업 지도를 하는 곳도 있다. 특정 기업의 인턴 자리를 보장한다는 업체도 있다.

어디가 됐든 높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왕이 제안받은 대형 회계법인의 겨울 인턴십 알선 비용은 6000~1만2000위안(약 127만~238만원)이었다. 여름 인턴십은 이보다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는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 최대 3만 위안(약 600만원)을 냈다는 경험담도 등장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해 취업한 중국 사회 초년생들 월급보다 몇 배나 큰 금액이다. 실제로 중국의 교육 연구·컨설팅 업체 마이코스(MyCO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생의 졸업 6개월 후 평균 월 소득은 6435위안(약 128만원)이다. 인턴 한자리를 얻는 데 수개월 치 월급을 써야 하는 셈이다.


지난 21일 중국 지린성 창춘 지린대학교에서 열린 졸업 예정자를 위한 가을 취업 박람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 중국 지린성 창춘 지린대학교에서 열린 졸업 예정자를 위한 가을 취업 박람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학생들이 비용 지불을 생각하는 건 심각한 실업난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 9월 청년 실업률은 18%였다. 중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만 따지면 취업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올해만 역대 최대 규모인 127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노동시장에 쏟아졌다. 생계가 급한 청년들은 플랫폼에 의지한 배달·호출 택시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든 좁아진 취업 문을 뚫고 싶다는 청년들의 열망을 악용한 사기가 성행한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중국 인민일보는 광저우의 한 업체가 국내외 유명 기업 직원을 사칭해 학생들에게 원격 업무를 맡긴 뒤 위조된 전자 도장이 찍힌 인턴십 수료증과 추천서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유명 기업 직원이 인턴을 회사 인사 시스템에 정식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원격 근무 계약을 맺는 사례도 있다. 학생 입장에선 돈을 내고 실제 인턴 업무를 수행해도 경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스튜어트 기텔바스텐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공공정책학과 교수는 SCMP에 “인공지능(AI)에 대한 불안과 경제 성장 둔화, 대졸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증가 등이 맞물리며 청년들의 취업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가장 악랄한 조직은 그러한 불안감을 악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교육과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텔바스텐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일자리가 능력이 뛰어난 젊은 인재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급 인턴십 등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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