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철도 안내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여행 중 면세점에서 물건을 샀다면 귀국길 공항에서 짐을 부치기 전에 챙겨야 할 절차가 생겼다. 구매한 물건을 해외로 가져가는지 세관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이 1일부터 외국인 여행객 면세제도를 사후 환급 방식으로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다.
기존에는 매장에서 소비세를 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금을 포함해 결제한 뒤 출국 때 반출 확인을 거쳐 돌려받는다. 소비세율 10%가 적용되는 세전 10만엔짜리 상품이라면 우선 11만엔을 내야 한다.
면세 대상은 동일 매장에서 하루 동안 구매한 금액이 세전 5000엔(약 4만 2400원) 이상인 경우로, 구매일부터 90일 이내에 출국하면서 반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제도를 변경한 것은 면세품을 해외로 가져가지 않고 일본 안에서 되파는 조직적 부정이 잇따라 적발되면서다. 고액·대량의 면세품이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출국 때 적발해도 세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본 측 설명이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인 7명이 오사카의 백화점 등에서 시계·가방·화장품 77억엔(약 651억원)어치를 면세로 구매했다가 소비세 7억6000만엔(약 64억원)의 징수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전매업자에게 자금을 받아 대신 물건을 사들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이미 출국하면서 실제 납부액은 200만엔(약 1700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롯데면세점. 가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중앙포토
이처럼 규정이 바뀌면서 해외 쇼핑에 많은 혼란과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자나 화장품 같은 소모품 구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른 물건과 같이 샀어도 과자나 화장품을 미리 소비했을 경우엔 나머지 상품까지 환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소비할 물건이라면, 별도로 결제하는 편이 좋다. 반면 의류나 전자기기 등 소모품이 아닌 물건은 여행 중 사용했더라도 출국할 때 해외로 가져가면 반출 확인을 받을 수 있다.
공항에서는 수하물을 맡기기 전에 세관 확인부터 마쳐야 한다. 국제선 출발 로비 등에 설치된 전용 단말기에 여권을 인식시키면 검사 필요 여부가 표시된다. 녹색이면 절차가 끝나고, 빨간색이면 세관 직원에게 구매품을 보여줘야 한다. 짐부터 부쳤다가 물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환급받지 못할 수 있다.
돈을 돌려주는 곳은 세관이 아닌 구매 매장이나 위탁받은 환급업체다. 공항에서 현금으로 받는 방식도 있고, 카드나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도 있다. 매장마다 이용하는 서비스가 달라 구매할 때 환급 방법과 지급 시점, 수수료를 확인해야 한다.
일본 공항들도 대응에 나섰다. 하네다·나리타·나하공항 등 외국인 이용이 많은 공항은 이날부터 셀프 현금 환급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어 등 7개 언어를 지원하는 단말기에서 엔화로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세관의 반출 확인용 단말기와는 별개다. 지지통신은 하네다공항의 세관 확인 절차가 보안검색 이후에서 이전으로 옮겨지면서 안내 인력을 배치하는 등 혼선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