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여 일 앞둔 지난달 27일 정부와 교원단체가 수능 AI 안경 부정행위 대응책을 긴급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전시된 AI 스마트 안경. 뉴스1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의 학부모 조광현(48)씨는 오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고3 자녀의 안경을 새로 맞췄다. 자녀가 평소에 쓰던 뿔테 안경을 대신할 금속테 안경을 마련하는 데 약 17만원이 들었다.
수능 도중 행여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으로 오인 받아 자녀의 평정심이 흔들릴까 우려해서다. 조씨는 “이번 수능에선 AI안경 단속이 강화된다는데, 우리 애처럼 선량한 학생들이 이런저런 피해를 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 우려에 교육당국이 감독 강화 방침을 내놓자, 수험생·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 소재 안경을 준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험생·학부모·교사 사이에선 체계적인 대비 없이 육안 식별에만 의존하는 당국 대책이 혼란을 키웠단 지적이 나온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수험생 사이에선 ‘뿔테안경 기피’가 퍼지고 있다. 스마트안경과 유사한 굵은 뿔테 안경을 쓰면 감독관들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되거나 억울한 오해를 받아 문제 풀이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안경 쓰면 집중 감독 대상이란 말이 있는데 어떤 안경을 쓰실 건지 궁금하다”, “눈이 뻑뻑해서 렌즈 끼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아이에게 안경을 바꾸자고 했지만 애는 ‘수년간 써온 뿔테가 편하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매시간 안경 검사를 받다가 시험에 영향을 줄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육안 식별에만 의존하는 현행 감독 지침도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시·도교육청에 스마트안경 식별 방법 등을 담아 관리·감독 강화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같은달 29일엔 추가로 ‘수능 스마트 안경 활용 부정행위 관련 대응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엔 스마트안경 부정행위자를 형사 고발하고,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스마트안경 여부를 판단할 전담인력 1300여 명을 전국 시험장에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험장용 전파 탐지기 도입 등 과학적인 탐지 장비 보급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장 감독을 맡는 교사도 불만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일반 안경을 스마트안경으로 오인하면 수험생의 시험을 방해했다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스마트안경을 발견하지 못하면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육안 검사에만 의존하면 시험장·감독관마다 감독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능까지 남은 기간에라도 시험장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등 구체적인 주의사항을 보다 널리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