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일본 요코하마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을 찾았다. 선대부터 이어진 일본 재계와의 긴밀한 교류가 첨단 반도체 기술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이날 요코하마 소재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dvanced Package Lab·APL)’을 방문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8일 공식 개소한 APL을 이 회장이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연구진과 함께 첨단 패키징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살피고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PL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과 일본의 소부장 기술을 연결하는 연구개발(R&D)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요코하마에 APL을 설립하고 2024년부터 5년간 400억 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현지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Advanced Package Lab·APL)에서 카와히라 히로이치 삼성전자 DS 리서치 재팬 연구소장(부사장, 이 회장 왼쪽), 카리야 다카시 APL 랩장(상무) 등과 함께 패키징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곳에서는 웨이퍼 본딩과 유리기판 등 차세대 패키징 공정·소재 기술을 개발·검증한다. 삼성전자는 현지 연구인력을 늘려 APL을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번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에도 일본에 머물며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등 핵심 경영진을 현지로 불러 모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은 이재용 회장이 많게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방문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력 시장”이라며 “현지 기업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협력국이다. 도쿄일렉트론(TEL), JSR, 도쿄오카공업(TOK), 이비덴 등 반도체 소재·장비·패키징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면서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한층 커졌다.
삼성전자가 현지에 직접 연구거점을 구축한 배경에도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가 자리한다. 기존의 소재·장비 조달 관계를 넘어 일본 기업들과 차세대 기술을 개발·검증하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일본 제조업의 기술력과 경영 방식에 주목했고,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역시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중시했다. 특히 이 선대회장은 1993년 삼성과 일본 주요 전자·부품·소재 기업 최고경영진의 정례 모인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를 출범시켜, 삼성의 핵심 해외 네트워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유학한 이재용 회장 역시 LJF 정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는 ‘셔틀 경영’을 통해 이런 기조를 계승하면서 협력의 범위를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로 넓히는 행보로 풀이된다. 과거 기술 습득과 소재·부품 조달, 기업 간 인적 네트워크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현지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협력으로 관계의 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