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신고서를 보면 내가 작년에 얼마 벌었는지 나온다. 재산 명세서를 보면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서류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 어쩌면 더 소중한 재산들이 있다.
작년에 배우자와 편안하게 저녁 먹었던 시간들, 자녀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횟수들, 함께 늙어가며 진심을 나눈 친구들, 내 두 다리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 만큼의 건강한 수준. 이런 것들은 내 세금 신고서의 어느 항목에 적어야 할까.
최근에 'The 5 Types of Wealth(다섯 가지 종류의 부)'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이런 계산으로 시작된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살던 저자는 뉴욕에 계신 65세의 어머니를 일 년에 한 번 정도 찾아뵀다.
여든까지 사신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만날 기회는 열다섯 번뿐. 사람의 수명을 그렇게 단정할 수 없지만, 막연히 생각하는 ‘앞으로 15년’과 ‘앞으로 열다섯 번’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이 책을 젊었을 때, 아니 10년 전에만 읽었더라도 내 삶의 가결산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는 은퇴할 때까지 얼마를 모을 수 있을지는 열심히 계산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앞으로 몇 번이나 따뜻한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지는 계산하지 않는다.
은행 이자 100달러는 정확하게 보고하면서, 어쩌면 더 소중한 이런 숫자들은 어디에도 적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나만의 재산 신고서다.
사힐블룸(Sahil Bloom)은 이 책에서 부(wealth)를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다. 시간, 관계, 마음, 건강, 그리고 돈이다. 내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쓸지 스스로 정할 수 있는가. 기쁠 때 함께 웃고 힘들 때 연락할 사람이 있는가. 마음의 여유와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가.
하고 싶은 일을 자신 있게 할 만큼 건강한가. 생활을 지탱하고 선택의 여유를 줄 수 있는 돈이 있는가. 이 다섯 가지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내가 진정으로 얼마나 부자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저자의 친구가 회사를 팔아 큰돈을 벌었다. 기념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요트를 빌려 바다 여행을 하기로 했다. 모두가 배에 오른 순간, 한 친구가 옆에 정박한 더 크고 더 화려한 요트를 보며 말했다. "와, 저 배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그 한마디에 기쁨이 바람 빠지듯 사라졌다.
세상에는 언제나 더 큰 배가 있는 법이다. 내 목표를 채웠어도 옆 사람이 더 큰 집을 사고 더 많은 돈을 벌면 내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그렇게 ‘조금만 더’를 반복하는 동안 세월은 지나간다. 가족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 그것은 1초도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돈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네 가지 부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는 것이다.
통장의 숫자를 늘리고 세금을 줄이는 일만큼이나, 내 배우자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자녀들을 한 번 더 안아주고, 나이 들어가는 내 몸을 돌보는 데 시간을 더 배분하라는 뜻이다.
해마다 4월이면 우리는 지난 1년을 숫자로 결산한다. 내년에는 거기에 한 장을 더 써 보면 어떨까. 시간, 사람, 마음, 건강, 돈. 다섯 줄짜리 나만의 재산 신고서다(wealth score). 이 신고서는 IRS에 보낼 필요가 없다. 나만 보면 된다. 그러나 그 어떤 신고서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내 직원들과 자녀들에게 한 권씩 선물했다.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함께 지켜야 하는지, 나보다 조금 일찍 깨달았으면 했다. 그런 사장의 마음, 아빠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