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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홀이 다섯 개면 어떻습니까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11.01 11:24 2026.11.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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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케이프 16번 홀. 사진 사우스케이프

사우스케이프 16번 홀. 사진 사우스케이프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스가 열리는 클럽72 오션 코스엔 파3홀이 다섯 개다. 원래 파4였던 9번 홀을 파3로 바꿔 코스 전체 파가 71이 됐다. 이 홀은 음악을 틀어놓고 갤러리가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마스터스 라운지'로 꾸며져 있다. 대회 기간 김백준은 마이클 잭슨의 의상을 차려입고 '빌리 진' 음악에 춤을 추기도 했다.


한국 골프장들은 거의 예외 없이 파72다. 좁은 땅에 억지로 만든 일부 골프장들 때문인지 파71이나 파70은 왠지 부족한 코스처럼 느껴지는 게 우리 골프 문화다. 골프장들은 프로 대회 기간에 파5홀을 파4로 바꿔 난도를 높이는 것도 싫어한다. 전장이 길어야 좋은 골프장이라는 인식, 드라이버를 마음껏 쳐야 골프라는 생각, 장타자일수록 대접받는 문화의 반영이다.


그러나 해외 명문 코스들은 다르다. 2023년 US오픈이 열렸던 LA컨트리클럽(LACC) 노스 코스엔 파3홀이 5개다. 120야드짜리 단거리부터 290야드 장거리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오리건 해안 밴든 듄스 리조트의 퍼시픽 듄스 코스도 마찬가지다. 후반 10~11번 홀이 연속 파3인데도 세계 최고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파3홀이 무시당하는 건 드라이버를 쓰지 못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파3에는 드라이버 대신 골프의 하이라이트가 압축돼 있다.


한 번의 티샷으로 모든 게 결정된다. 파4나 파5홀에선 미스 샷을 해도 다음 샷으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파3홀은 없다. 홀인원의 로망도 파3에만 있다.


클럽 선택의 두뇌 싸움도 파3에서 가장 치열하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 그린의 고저 차, 핀 위치에 따라 선택이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먼저 치는 동반자의 클럽을 훔쳐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신경전도 파3에서 더 노골적이다. 파4·파5홀에서 장타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반면, 파3홀은 상대적으로 공정하다.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홀.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홀.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대개 그린 주변이다. 조경도, 벙커 배치도, 연못도 그린을 향해 집중된다. 파3홀은 사실상 그린이 전부이고, 그래서 설계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홀이기도 하다. 골프에서 아름다운 곳은 대체로 위험한 곳이다.


그린을 감싼 찰랑이는 물결, 그린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주는 절벽. 보는 눈을 사로잡는 바로 그 경관이 공을 삼키고 타수를 앗아간다. 설계자들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코스의 시그니처 홀은 대부분 파3다.


파3홀은 어디에 서 있어도 그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갤러리의 홀이다. 파4나 파5에서 갤러리는 선수를 따라 걸어야 한다. 파3에선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티샷부터 버디 퍼트까지 한 자리에서 전부 볼 수 있다.

김백준이 2라운드 클럽 72오션코스 9번홀에서 춤을 춘 후 갤러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KPGA

김백준이 2라운드 클럽 72오션코스 9번홀에서 춤을 춘 후 갤러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KPGA


TV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파3홀은 하나의 프레임에 모든 드라마가 담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아멘코너의 핵심은 파3인 12번 홀이다. 미국 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TPC 스코츠데일 파3 16번 홀은 4만 명이 몰리는 거대한 공연장이 된다.


클럽72 오션코스 9번 홀은 원래 멋진 파4홀이다. 페어웨이는 넓지만 티샷을 원하는 곳에 떨어뜨리지 못하면 내리막 라이에서 호수 옆 얇은 그린을 향해 쏴야 한다.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비롯해 많은 대회에서 드라마를 만든 홀이다. 파3로 바뀐 뒤엔 드라마 대신 축제가 생겼다. 9번 홀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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