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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06 솜니움

중앙일보

2026.11.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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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대신 상상력으로 추진하는 우주여행

아이슬란드의 한 청년이 어머니를 통해 신비한 정령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가는 월식 때, 그 그림자를 이용하면 인간도 달까지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정령의 힘을 빌려 우주를 여행한다니.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400여 년 전에 나온 『솜니움』(꿈)이라는 작품 이야기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함께 근대 천문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과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썼죠. 뛰어난 과학자가 정령의 힘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썼다니,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하늘 너머로 날아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일본에서는 달에서 온 사람들이 공주를 데려가고, 견우와 직녀는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놓아준 다리를 건너 만나요. 밤하늘 너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케플러도 그런 상상을 펼쳤어요. 그가 살던 시대에는 비행기는커녕 기구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라도 인간이 달까지 날아갈 기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겠죠. 정령의 힘은 당시의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여행을 이야기 속에서 가능하게 해줬어요.

시간이 흐르자 이야기 속 우주로 향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기구를 타고 달로 향했고, 쥘 베른은 거대한 대포로 사람을 실은 포탄을 발사했으며, 조지 웰스는 중력을 차단하는 신비한 물질을 이용했죠. 정령에서 기구와 대포, 반중력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지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주로 향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로켓을 이용해 실제로 달에 도착했죠.
존 카터는 신비한 힘으로 화성으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 지구에서와는 다른 환경에서 여러 모험을 겪게 되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존 카터는 신비한 힘으로 화성으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 지구에서와는 다른 환경에서 여러 모험을 겪게 되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렇다면 이제 우주 모험은 과학기술로만 이루어져야 할까요? 쥘 베른보다 나중의 작가인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의 공주』를 살펴보죠. 디즈니 영화로도 나온 이 작품의 주인공 존 카터는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입니다. 어느 날 그는 동굴에서 알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을 경험해요. 정신을 차려보니 붉은 행성 화성에 있었죠. 어떻게 우주를 건너갔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존 카터가 어떤 활약을 하는가죠.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존 카터는 지구에서보다 훨씬 놀라운 신체 능력을 발휘하게 돼요. 그는 낯선 종족들을 만나고, 전쟁에 휘말리고, 공주를 구하며 영웅으로 활약합니다.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모험담이지만 그 무대는 화성이고 우주예요.

우주라고 하면 흔히 SF를 떠올립니다. 우주선과 로봇, 첨단 과학기술로 가득한 세계를 생각하죠. 하지만 우주가 반드시 과학만의 무대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과 행성이 존재합니다. 그중에는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세계도 있을 테죠. 판타지라면 상상의 가능성은 더욱 넓어집니다. 마법이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이 있을지도 모르고, 정령이나 드래곤이 살거나 거인과 난쟁이가 문명을 이루고 있을 수도 있겠죠. 인간과는 생김새도, 생각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존재들이 사는 곳에서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런데 낯선 경험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솜니움』을 떠올려 봅시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것은 정령이 달까지 데려다준다는 점만이 아니에요. 정령은 우주로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될 수많은 위험도 이야기하죠. 처음 날아오를 때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고 크게 다칠지도 모릅니다. 극심한 추위와 호흡의 어려움도 견뎌야 하죠. 그래서 정령들은 여행자를 잠들게 하고 몸을 보호하는 방법까지 설명해줘요. 뛰어난 과학자였던 케플러는 마법을 이용하는 이야기에서도 우주가 지구와 얼마나 다른 환경일지 진지하게 상상했던 겁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험과 놀라움, 바로 그런 낯선 경험이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모험의 매력이 아닐까요? 어쩌면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먼 세계로 떠나고 싶어 했던 것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 모릅니다. 낯선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이나 생명체를 만나는 데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정령이나 드래곤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처럼, 다른 세계의 존재들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볼지 모릅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어떨까요?

약 1800년 전, 루키아노스는 『이카로메니포스』라는 작품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펼쳤죠. 주인공 메니포스는 새의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갑니다. 신화 속 이카로스와 달리 날개가 망가지는 일 없이 무사히 달에 도착하는데요. 달에서 바라본 지구는 너무나 작았습니다. 그곳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자랑하는 엄청난 재산과 권력도, 서로 싸우고 다투는 모습도 마치 개미집에서 벌어지는 소동처럼 보였어요. 지구에서 살아갈 때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이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너무나 하찮고 우스워 보였던 거죠.

메니포스는 새로운 세계로 날아갔지만, 그곳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 떠나온 세계의 모습이었어요. SF나 판타지, 혹은 신화나 전설 속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때로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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