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자신이 거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말의 품격은 그릇이 된 글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통찰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무학대사와 이성계 간 고담준론의 한 부분인 ‘돈안지유돈 불안지유불(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은 심오한 의미가 깃든 선문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대로 인용했으면 별말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라고 똑같은 말을 한글로 표현하니 격 떨어진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동풍, 조족지혈, 우이독경은 어떤가”라며 “소, 닭, 말을 언급했으니 이것도 한글로 표현하면 격 떨어지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완전히 같은 말인데도 한문을 둘러야만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 기묘한 분별심”이라며 “껍데기만 쫓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X에 국외 순방 횟수가 잦다는 지적과 관련해 ‘대통령 순방이 단순 관광으로 보이나’라는 지지자의 글을 공유한 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전·현직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과 업무 강도, 순방 성과 차이는 함께 경험하는 동행 기자단이 더 잘 알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또 “하는 일도 준비도 없이 사진 찍고 생색이나 내며 널널하게 음주·쇼핑·관광이나 즐기는 것을 대통령 해외순방으로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강도의 사전 준비, 장시간 비행과 한나절도 빼지 않는 빽빽한 공식 업무 일정, 높은 업무 강도로 수시로 링거 주사 맞으며 코피 터지는 해외순방조차도 놀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2일 X 캡처
대통령 해외순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이 해외여행을 많이 했는데, 꼭 김혜경 여사가 따라다니고 있다”며 “이게 정상적이냐”고 지적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틀 뒤 이 대통령의 직접 반박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제히 맞대응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그렇게 바쁜 사람이 배우들 만나서 셀카 찍어올릴 시간이 있나?” “그 와중에 멕시코까지 가서 부부 동반 야광봉 흔들며 K-POP 구경한 건 또 누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호갱외교’라고 막말 퍼부었던 본인의 과거는 기억도 안 나냐”고 했다. ‘호갱외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일만 거들었다”며 사용했던 표현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1일 “순방을 자주 다니든 적게 다니든 외교가 제대로 풀리고 있다면 국민들은 대통령 부부 해외순방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링거를 맞고 코피를 쏟는 것은 밤에 잠도 안 자고 SNS를 붙들어 매고 있는 데다가 너무 많이 골프를 치는 탓 아닌가”라고 했다.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외교부는 이날 “정상 외교의 일정과 실질적인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친교·문화 교류 장면만을 부각하여 순방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국민의힘) 자신들이 대한민국 외교를 얼마나 우습게 만들었는지 까맣게 잊은 행태”라며 “윤석열은 전용기에 페트병 소주를 챙겨 갔고, 김건희는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명품 매장에 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