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가 많이 온 날이었다. 야구연습장도 남편의 공사 현장도 닫아야 해 공치는 날이었지만 비가 부족한 이곳에선 단비여서 반가웠다.
연습장 문을 닫았는데 손님이 오셨다. 비가 와서 닫았다고 설명하려는데 먼저 주인이셨던 김 할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하신다. 얼마 전 아버지 장례를 모시고 나니 아버지의 일터였고 자신의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이곳이 생각나서 들러보고 싶어 왔다고 한다.
89세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부고가 슬펐다. 오래 잊고 살았던 추억이 소환되었다. 김 할아버지 부부가 25년 운영하던 비즈니스를 우리가 사서 운영한 지도 21년이니 참 오래된 사업체다. 방문한 미스터 김은 초중고를 야구연습장에서 부모와 함께 보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떠났기에 이곳을 그리워했단다.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구글에서 일해 돈 많이 번다고 자랑했던 그 아드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이다. 50대 중년이 되어 어릴 적 추억의 장소를 방문한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사업체를 팔 당시 편찮으셨던 그의 아버지는 북가주의 아들 집에서 20년을 더 사시다 돌아가셨으니 아들이 살뜰히 잘 모신 셈이다. 어머니는 건강히 생존해 계시다니 다행이고 반가웠다. 사업체의 열쇠를 받으러 갔던 날, 자상하신 그의 어머니가 날 알아보셨다. 신문에 게재되는 내 글을 다 읽었다며 무척 반가워하셨다.
우린 그 야구연습장을 매입해 허물고 건축회사 중장비 파킹장과 야적장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몇 달만이라도 운영해 본 후 철거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신문에서 익숙해져 친척 같아 하는 말이라며 영업의 노하우를 다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정든 사업장을 파시니 아쉬워 그러시나 보다 했다. 야구광인 아들아이가 여름방학 때 운영해 보고는 해보자고 해 뜻밖의 사업을 하게 된 지 20년이 넘었다.
처음 사업체를 인수할 당시 몸이 약했던 주인 할아버지는 주로 기원에 가서 사시다시피 했고, 부인인 얌전한 할머니가 야구연습장 네트의 그물을 꿰매는 등 전적으로 운영하고 계셨다. 손님이 종일 있는 게 아니어서 낮엔 신문을 보고 소일을 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기계에 문제가 있을 때는 나서서 고치셨는데, 우리가 인수한 후에도 아들 집으로 이사하시기 전까지 늘 도와주셨다. 지난 20년 동안 살림에 큰 보탬도 됐고 우리 가족에게도 많은 추억이 있는 비즈니스다.
남편과 그 아드님이 야구연습장을 배경으로 정답게 인증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그때의 김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다. 마치 부자지간 같다. 남편에게서 당시의 할아버지 모습이 얼핏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