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앞줄 왼쪽 둘째) 등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2028년 말 시행을 목표로 주식 결제주기를 단축하는 내용의 로드맵 초안을 공개했다. 뉴시스
주식을 팔고 이틀 뒤 받던 돈을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50여 년 만의 결제주기 개편으로, 이르면 2028년 4분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과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 기간 단축, 아시아 주요국과의 일정 조율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는 2일 주식 결제주기를 현행 ‘거래일(T)+2일’에서 ‘T+1일’로 줄이는 내용의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주식 결제는 매매·확인·정정·보증·승인 등 10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거래일 이후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든다. 논의에 속도가 붙은 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2027년 10월까지 청산·결제 인프라를 개편하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2028년 1분기까지 전산시스템 정비를 마친다. 이후 최소 6개월간 통합테스트를 거친다.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정 조율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면서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로드맵 자체가 관계기관의 준비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앞서 매도대금담보대출(주식 매도대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 금리도 낮춘다. 증권업계는 이달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연 7.5~10% 수준인 금리를 5% 중·후반대로 순차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참여 증권사가 12곳으로 늘어나면 투자자당 약 25%, 연간 약 150억원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결제주기 단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국인 투자자의 부담이다. 결제주기가 하루 짧아지면 미국·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매매 확인과 환전을 처리할 시간이 줄어든다. 해외 기관들은 한국 시장만을 위한 야간 인력과 업무 부담 등을 호소했다. 새벽 시간대 원화 환전 수요가 몰리면 유동성 부족으로 환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해외 증권사 등 3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7곳(84.4%)이 2028년 하반기 이후 시행을 희망했다. 별도 질문에 응답한 21개 기관 중 7곳(33.3%)은 준비가 부족하면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아시아 주요국과 시행 시기를 맞추는 것도 과제다. 홍콩은 목표 시점을 2028년 하반기로 연기했고 일본은 아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2024년 5월 T+1로 전환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27년 10월 전환을 목표로 한다.
개인투자자에게도 편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현재는 수요일에 돈을 받지만, T+1로 바뀌면 화요일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수거래(매수대금 일부를 나중에 내는 거래) 투자자는 매수대금을 하루 빨리 내야 한다. 반대매매(미납 대금 회수를 위한 주식 강제 처분)도 거래일로부터 사흘 뒤(T+3)에서 이틀 뒤(T+2)로 앞당겨진다. 박 본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으로 증거금 부담 등이 줄어 거래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관련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투자자 보호도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제 안정성 확보다. 국내 618곳 이상의 금융기관이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현재 한국 증시의 결제 실패율은 0%에 가깝다. 박 본부장은 “국가의 굉장히 중요한 지급결제시스템의 변경이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6개월 이상 충분히 통합테스트를 거치고, 주변국의 전환 일정도 고려해 시행 시점을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