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관으로 이동중 피켓 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가 2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월 추가경정 예산안 시정연설 때 국민의힘 의원 20여명과 악수를 주고받던 모습과는 정반대 풍경이 연출됐다.
연설 시작 전부터 여야 분위기는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오전 9시 44분 남색 정장에 감색·회색 줄무늬 넥타이 차림으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국회 도착 시간에 맞춰 로텐더홀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재판취소 위한 탄핵 추진 사법부 겁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이 대통령을 맞았다. 앞서 도착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힘내세요” “사법부 독립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시위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례한 뒤 사전 환담장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안내하는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뭘 갖고 저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비공개 환담장에선 이 대통령의 미래대응기금 언급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문제가 있다. 협조가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며 국민의힘 의원의 아유에 연설을 이어가도 되겠는지 묻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2분 본회의장에 입장해 정청래 의원, 한병도 원내대표, 김민석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입구부터 연단까지 양쪽으로 늘어서 박수로 환영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위에서 사용했던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1400조 나라 빚+162조 미래빚더미기금’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노트북에 붙인 채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앉은 채 손뼉을 쳤다.
연설이 시작되자 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기싸움도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서, 국채의 순 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언급하자, 국민의힘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라는 고성이 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연설을 멈춘 채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재판 재개하라”, “신규 채권은 왜 발행하냐”라는 소리가 나왔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금 얘기하고 있는데 자꾸 방해를 하는데, 특별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자, 이제 제가 계속해도 되겠냐”며 정리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네”라고 답한 뒤 박수로 이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그제야 이 대통령은 40초 만에 시정연설을 이어갈 수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연설 중간중간 30회 박수로 이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보수 야권 의원들은 한 차례도 박수에 동참하지 않고 침묵하며 연설을 지켜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다수가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했다. 이철규·강민국·김장겸·김종양 의원 등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조경태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대화를 나눴다.
범여권 의원들은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을 10여분에 걸쳐 배웅했다. 서영교·김현 민주당 의원 등 몇몇은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소수 정당 의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님이 나가셔야 산회한다”며 농담을 건넨 뒤, 10시 42분 이 대통령이 회의장을 떠나자 산회를 선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외에서도 연설에 대한 여야 공방은 이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X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원대한 꿈을 함께 나누는 연설이었다”며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듯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시정연설 세 줄 요약. ‘내 잘못은 모르겠고, 하던 대로 하겠다’ ‘국민은 모르겠고, 좌아하게 살련다’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 다 쓰고 죽겠다’였다”며 “이 정도면 국민 인내심 테스트”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