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10월 31일자로 낸 우승 기념 특별판 1면 제목이다. 팝스타 프린스의 명곡 ‘퍼플 레인(Purple Rain·보랏빛 비)’의 ‘비’를 ‘통치(reign)’로 바꿔,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쓰는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발키리스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애틀랜타 드림을 68-6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정상에 올랐다.
수퍼보울이나 월드시리즈 우승팀에게나 돌아가던 ‘기념판’ 대접을 이제 여자 농구 챔피언도 받는다. 미국 CBS는 1일(한국시간) 2026시즌 WNBA를 결산하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완벽한 성공이다.”
발키리스는 WNBA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팀이다. AP=연합뉴스
열기는 숫자로 드러났다. 챔프전 1차전은 미국 전역에서 210만명이 시청해 역대 1차전 최다 기록을 세웠고, 이후에도 시리즈 내내 150만~200만명이 TV 앞을 지켰다. 정규리그(330경기) 누적 관중은 380만명으로 리그 신기록을 세웠고,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1474명으로 지난해보다 21% 늘었다. 전국 중계 순시청자는 9000만명을 넘었다. 포브스는 “WNBA가 미국프로풋볼(NFL)·프로농구(NBA)·프로야구(MLB)·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견줄 만한 ‘5번째 리그’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토대를 놓은 건 ‘수스타’ 케이틀린 클라크(인디애나 피버)였다. 아이오와대 시절 장거리 3점포로 대학농구 신드롬을 일으킨 클라크는 2024년 전체 1순위로 WNBA에 입성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가는 곳마다 표가 동나면서 ‘클라크노믹스(클라크 경제학)’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WNBA 인기는 사실상 클라크의 원맨쇼였다. 클라크를 따라 백인 팬들이 들어오면서 WNBA는 미국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이념의 격전장이 됐다. 클라크에게 거친 파울이 나올 때마다 일부에선 ‘흑인 선수들이 백인 스타를 질투해 벌이는 집단 린치’라는 극단적 해석이 나왔고, 기존 선수들은 ‘백인 우월주의적 시선’이라며 맞섰다.
이렇게 쌓인 관심을 열매로 거둔 건 발키리스였다. 비결은 탄탄한 경영이다. NBA 명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구단주가 같은 발키리스는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를 홈구장으로 쓰며 NBA의 시설과 운영 노하우를 고스란히 이식했다. 올 시즌 22차례 홈경기(1만8000석)는 모두 매진됐다.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티코에 따르면 발키리스는 전 세계 여자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넘겼다. 2024년 12개 팀이던 WNBA는 지난해 발키리스, 올해 포틀랜드 파이어와 토론토 템포를 받아들여 15개 팀이 됐다. 2030년까지 18개 팀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 시즌 유독 상대 견제에 고전한 수퍼스타 케이틀린 클라크(왼쪽). AP=연합뉴스
선수들의 지갑도 두툼해졌다. 지난해까지 WNBA 선수 평균 연봉은 약 12만 달러(약 1억6000만원)였고, 최고 연봉(수맥스)도 24만9244달러(약 3억4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평균 연봉은 약 58만3000달러, 최고 연봉은 140만 달러로 뛰었다. 여기에 디즈니(ESPN)·아마존·NBC유니버설과 맺은 11년 22억 달러(약 2조9500억원) 규모 중계권 계약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이제 WNBA가 일부 남자 프로리그의 인기를 위협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선 이미 MLB·NHL을 따라잡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과장 섞인 평가일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진 상상도 못 할 얘기였다.
2024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여자농구 결승은 시청자 1890만명을 기록해, 같은 해 남자 결승(1480만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 무대의 주인공이던 클라크 세대가 프로로 옮겨 오면서, 여자 스포츠는 ‘보는 사람만 보는 종목’에서 ‘돈이 되는 콘텐트’로 체급을 바꾸고 있다. ‘말 그대로’ 여자 스포츠의 반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