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장쑤헝루이. 이 회사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RS9531’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중국 당국의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알약부터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까지.
중국 제약사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보물질 수와 임상 진척도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크게 앞선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근육 보존 기술 등을 앞세워 상용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2일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파마 APAC’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발굴해 인체 임상에 진입한 비만·체중관리 치료제 후보물질은 30개였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이 발굴한 물질이 21개(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6개), 일본(2개), 인도(1개) 순이었다.
중국은 이미 국산 비만치료제를 내놓고, 후속 신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이윈드가 개발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지난 3월 자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장쑤헝루이와 한쑤제약, 브라이트진이 개발한 비만약 3개도 허가 심사 중이다. 이들 약물은 각각의 임상에서 48~52주간 약 18~19%의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신약 개발 방향도 다양하다. 사이윈드는 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다. QL바이오팜은 월 1회 맞는 ‘조바글루타이드’의 임상 2상에서 24주간 13.8%의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도 활발하다. 중국 유나이티드바이오테크놀로지는 노보에 삼중작용 비만치료제 후보 ‘UBT251’을 최대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로 이전했다. 앞서 CSPC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월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등을 포함한 비만·당뇨병 신약 개발 프로젝트 8건에 대해 최대 185억 달러(약 24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약진의 배경에 대해 대형 병원에 환자가 집중돼 임상시험 참가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으며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전문 업체들도 밀집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모습. 국내 첫 자체 개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를 비롯한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한미약품
━
셀트리온, 이달 비임상 결과 공개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비만치료제 ‘에페’를 출시한 동시에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 ‘HM15275’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완료가 목표다. 근육 보존에 초점을 맞춘 또다른 후보 ‘HM17321’은 지난 8월 제넨텍에 총 23억 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다.
동아에스티는 이중작용제 ‘DA-1726’의 임상 1상 후속 결과를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프로젠은 투약 간격을 2주 또는 한 달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PG-102’의 임상 2상 중이다. LG화학은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희귀비만 치료제 ‘비바멜라곤’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가세했다. 아직 임상 전 단계여서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4중 작용제 ‘CT-G32’의 비임상 결과를 이달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임상시험계획 제출이 목표다. 먹는 비만치료제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국산 비만치료제도 효능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후발주자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선두 그룹과 다른 근육량 보존, 획기적인 부작용 개선, 가격 등에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