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학살 현장에 전두환 현수막…지자체도 손 못 대는 사연
중앙일보
2026.11.02 02:44
2026.11.02 12:16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 친미연합당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독자,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전남광주 주남마을 인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업적을 기리는 정당 현수막이 걸렸다가 철거됐다.
2일 전남광주 동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월남동 주남마을 인근에 게시된 친미연합당 명의의 현수막을 직권 철거했다.
현수막에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은 통합시 광주청사 앞과 광주 서구 동천동 및 전남 순천 등에도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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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접수한 동구 “정당 표현의 자유 범위 넘어”
동구는 주남마을 인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철거에 나섰다. 정당의 정책·현안 홍보나 통상적으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동구는 해당 현수막이 인권 침해나 미풍양속 저해 등을 이유로 표시를 금지하는 광고물에 해당하는지도 행정안전부에 질의했다.
주남마을은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학살한 5·18 사적지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주남마을 일대에서 11공수여단의 총격으로 민간인 21명이 숨졌다.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 희생자 중 일부는 확인 사살까지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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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광주 서구는 철거 난색…정당 현수막 규제 논란
반면 순천시는 현수막을 법적으로 철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시 기간과 연락처 표시 등 법에서 정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이유다.
광주 서구도 같은 이유로 철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수막이 게시 기간 만료로 철거된 뒤 다시 설치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아픔을 가진 주남마을에 가해자인 전두환의 얼굴을 내건 것은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며 “정당 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철거가 안 된다면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