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석 달 전 정부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완성 전기차가 다시 검토 대상에 올랐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결과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일 경기도 화성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를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들로부터 전기차 생산 세액공제 도입을 건의받은 이 부총리는 “국회 논의 과정에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전략산업 제품을 생산·판매한 실적에 따라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아 도입을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에서 반도체·2차전지 등 6대 분야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전기차는 제외했다. 생산 기반이 취약한 핵심 부품·소재를 우선 지원하고 2차전지 지원으로 완성차 경쟁력도 높인다는 판단이었다.
중국산의 공세가 거세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1~9월 신규 등록 전기차(29만6801대) 중 중국산(11만2968대) 비율은 38.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높아졌다. 전기 승용차는 중국산이 43.5%, 국산이 48.7%로 국산이 처음 절반 아래로 밀렸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의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김경진 기자
주요국보다 낮은 한국의 무역장벽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 승용차에 127.5%의 관세를, 유럽연합(EU)은 기본관세 10%에 제조사별로 최대 35.3%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반면에 한국은 기본관세 8% 외 추가 관세가 없다. 정부는 올해 7월 사후서비스(AS)와 국내 공급망 기여도 등을 평가해 구매보조금 지급 사업자를 선정하며 BYD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에는 여전히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조철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특임교수는 “국내 전기차 생산이 줄면 배터리 수요도 줄어 세액공제 의미가 없어진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전기차 완전 전환 시 국내 공장 한두 곳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언주, 윤한홍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재경부는 도입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통상 갈등 등 변수도 남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세법개정안 심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