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앞둔 주말이었다. 한 달 뒤면 셋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주도 발령’을 받았다. 그간 이씨는 대전에서, 가족들은 제주도에서 지냈는데 이제 한집에서 살 일만 남았다.
빨리 가족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퇴근 준비를 했다. 아내에게 줄 꽃다발을 챙기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회사를 나서려던 그때였다. 낯선 번호로 문자와 전화가 동시에 들어왔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를 쓴 이유진 작가. 소방관인 그는 20년 전 헤어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마음을 정리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부자(父子)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김종호 기자
" 여보세요? 이철환(가명)님 아드님 되시나요? 여기 수원 구청입니다. 아버님이 사망하셨는데, 유일한 연고자셔서 연락드립니다. 오셔서 아버님 신원을 확인해 주셔야 하는데, 가능하신지요? "
이.철.환.
20여 년간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빚과 폭력으로 그의 유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아버지. 그는 어머니와 이혼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존재. 수화기 너머에서는 그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 제가 아들 맞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
그날 이씨는 가족에게 가는 제주행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수원의 한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발목부터 차오르는 냉기와 함께 레일 위로 시신이 밀려 나왔고, 얼굴을 덮고 있던 종이가 떼어졌다.
" 아버님, 맞나요? "
" ……. "
20년 만의 부자(父子) 상봉은 그렇게 끝났다. 유품을 정리하고 화장(火葬)을 하고 제주도로 유골을 모시기까지, 모든 절차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은 이씨의 마음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왔다.
「
📌홀연히 사라졌던 그의 부고장
」
이유진 작가는 아버지의 장례를 혼자 무빈소로 치렀다. 그는 "20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는 낯설었고, 유일한 연고자로서 아버지를 편히 가시게 할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Q :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받고, 병원으로 가기 망설여지진 않았나요?
늘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유일한 자식인 저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라고요. 그래서였는지 부고에 크게 놀라진 않았어요. 그보다는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경기도 수원에 살았거든요. 가족과 헤어 아버지는 20년간 연락을 끊고 살면서도 가족에게서 멀리 떠나지도 못했더라고요.
Q : 20년 만에 만난 아버지입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던가요?
처음엔 아버지가 아닌 줄 알았어요. 어릴 적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과 너무 달랐거든요.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마른 사람이었는데, 볼에 살이 올랐고 턱선은 두툼했어요. ‘아버지 맞아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예전 그대로인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난히 길고 얇은 입술만큼은 그대로였어요.
Q : 이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신원 확인이 끝나고 인적사항을 추가로 검토한 뒤엔 ‘시신 인수’ 의향을 묻더군요. 시신을 인수하려면 밀린 병원비 등을 정산해야 합니다. 간혹 그 비용이 부담스러워 유족들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럼 무연고로 처리돼 지자체가 알아서 장례를 치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낯설었다면서, 아버지가 생전 거주하던 곳을 찾아갔더군요.
사망신고서에 주소가 나오더라고요. 20년 동안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조차 말소됐던 분인데, 세상을 떠나시니 그제야 주소를 알게 된 거죠. 아마 그곳에 아버지의 유품이 남아 있을 테고, 그 정리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이씨 아버지가 살던 곳은 낡은 상가 건물의 고시원.
방 안에서 발견된 건 로또 수백 장과 냉장고에 붙어 있던 쪽지 한 장뿐이었다.“부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다”는 건 이씨만의 지독한 착각이었다.
냉장고에 붙어 있던 아버지의 10글자 유언을 확인한 순간, 줄곧 무덤덤했던 그는 고시원에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했다.
아들을 무너지게 만든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무엇이었을까.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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