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가상자산 투자자가 스마트폰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상자산 업계 사상 최대인 약 8조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본 바이낸스에서 출금 재개 직후 약 5조원이 순유출됐다.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2014년 마운트곡스 파산 당시처럼 ‘해킹→코인런(대규모 출금 사태)→파산→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위기로는 번지지 않고 있다.
바이낸스는 1일(현지시간) 자사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1단계 출금 재개 후 9시간 30분 동안 46억4900만 달러가 출금되고 10억1000만 달러가 입금됐다고 밝혔다. 순유출액은 약 36억4000만 달러(약 5조원)로, 회사가 공개한 지난달 28일 기준 보관자산 1710억 달러의 약 2.1%에 해당한다.
대규모 해킹이 거래소 파산으로 이어졌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때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80%를 처리했던 마운트곡스는 2014년 고객 자산과 회사 보유분을 합쳐 비트코인 85만 개를 해킹으로 잃었다고 밝힌 뒤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가치로 피해 규모는 약 4억8000만 달러였다.
바이낸스가 해킹과 대규모 인출에도 버티는 배경에는 세계 등록 이용자 3억3500만 명을 보유한 사업 규모와 손실 전액 부담 방침이 있다. 바이낸스는 회사 자금과 이용자보호기금(SAFU) 등을 활용해 도난당한 코인을 다시 매입하고,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1일에는 피해 자산의 약 95%를 보전했다고 발표했다. 고객에게 돌려줄 코인을 같은 종류와 수량으로 확보해 출금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마운트곡스 사태 때는 장기 침체를 겪었던 가상자산 시장 전체도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양대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 이후 약 12억 달러 감소했지만, 주말을 거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지난달 30일 6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2일 7만8000달러 선을 웃돌았다. 같은 날 두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이더리움도 2287달러 수준으로 소폭 회복했다.
이번 해킹의 공격 대상은 거래소의 자산 보관·출금 시스템이었다. 블록체인 자체의 거래 기록이 조작된 사고는 아니라는 의미다. 피싱으로 개인키나 복구문구를 빼내는 개인 지갑 탈취, 키 생성·보관 과정의 취약점을 악용하는 공격과도 경로가 다르다.
고객의 불안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콜드월렛이 꼽힌다. 온라인에서 즉시 코인을 옮길 수 있는 핫월렛과 달리, 콜드월렛은 자산 이전에 필요한 개인키를 오프라인에서 보관한다. 거래에 필요한 자산과 오프라인 보관 자산을 나눠 온라인 공격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줄이는 구조다. 아시아 웹3 AI 협회의 제이 고 부사장도 로이터에 “자산 대부분을 이번 해킹의 영향을 받지 않은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있어 바이낸스에서 보유 자산을 인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바이낸스는 비트코인·이더리움·도지코인과 일부 네트워크의 USDC·USDT 스테이블코인 등 15개 자산·네트워크부터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했으며, 나머지는 아직 테스트 중이다. 피해 자산도 전액이 보전되지는 않았다. 전체 도난액 63억 달러의 5%인 약 3억1500만 달러어치는 아직 피해 보전을 해주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나머지 5%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