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역 인근에서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여성과 한 노년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사진을 AI로 재가공했다. 채혜선 기자
지난달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3가역 1번 출구 근처엔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총천연색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였다. 의자의 주인은 속칭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노년 성매매 종사자들이다.
이날 의자에 앉아 있거나 근처에 서 있던 여성은 20여명. 평범한 일상복이나 등산복 차림인 이들의 손에 박카스는 없었다. 대신 지나가는 노년 남성에게 “이리 와봐”라며 말을 걸거나 눈짓을 보냈다. 서로 눈이 맞으면 곧장 모텔촌으로 향하는 식이었다. 대낮이지만, 주변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근 경로당에서 만난 80대 박모씨는 “남성들이 공짜 지하철을 타고 전국에서 모여든다”며 “1층을 대실 공간으로 열어 둔 전용 모텔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실 1만원’이란 안내문을 곳곳에 붙여둔 한 무인텔에선 노년 남녀가 함께 드나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종로3가역 한 무인텔에 가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젊은 세대의 성 문화가 어두운 밤에 활기를 띤다면, 노년층의 성적 만남은 움직이기 용이한 낮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종로3가역의 풍경이 이를 보여준다. 부부·연인 관계에서 해소하지 못한 성적 욕구가 성매매 거리, 모텔촌 속 콜라텍 같은 대낮 도심의 ‘음지’에서 표출되는 식이다.
“어디서 오셨어요?” “혼자 사세요?” ‘박카스 할머니’ 70대 여성 A씨가 남성 손님에게 건네는 질문은 두 가지뿐이다. A씨는 “나머지는 물어보면 큰일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손님들은 백이면 백 자기가 홀아비라고 한다. 설마 부인이 있다고 하겠냐”고 말했다.
종로3가역 인근 원룸텔에 거주하는 A씨는 오전 10시쯤 거리로 나와 오후 3~4시면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 동안 상대하는 남성은 3명 정도. 성관계는 20분 남짓 이어진다고 한다.
그는 “손님은 60대부터 80대까지”라며 “서로 다 늙었지만, 혹시나 걱정돼 콘돔은 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발기부전 치료제 판매상은 “주로 찾는 사람은 할아버지들”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한 콜라텍 입구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업소가 특정되지 않도록 사진을 AI로 재가공했다. 채혜선 기자
잠자리를 위한 노인들의 은밀한 만남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청량리역 일대엔 노년층이 주로 찾는 콜라텍, 즉석만남이 이뤄지는 술집 등이 모여 있다. 이 중 A 콜라텍은 알음알음 ‘시니어들의 4대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23일 오전,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어두운 A 콜라텍 출입구에서 입장료로 1000원짜리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콜라텍 관계자는 “남녀가 춤만 추러 오겠나. 이성을 찾는 마음은 노인과 젊은이들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콜라텍을 찾은 80대 남성은 “이성을 만나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은 청년과 비슷하다”면서 “콜라텍에서 원하는 외모를 설명하면 돈 받고 연결해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콜라텍이나 술집에서 시작된 즉석만남은 이른바 ‘원나잇’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A 콜라텍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여인숙과 모텔들이 성업 중이었다. 낯선 노년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진 적 있다는 70대 김모씨는 “여기 오는 남성 중 일부는 집에 부인이 있어도 (성관계를) 안 해주는 사람들”이라며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마음도 맞으면 인근 여관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윤수 원장(이윤수·조성완 비뇨의학과 의원)은 “시대가 바뀌면서 나이 들어도 건강하게 지내는 노인이 많아졌다”면서 “성적 욕구는 여전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들은 이를 마땅히 해소할 곳이 없고, 이성을 만날 기회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비뇨의학과를 운영하는 한 원장은 “각자 나잇대에 맞는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성인용품 등을 떳떳하게 사되, 검증되지 않은 약을 복용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