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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골프장 예약 뚫었다…딸깍 몇 번으로 만든 ‘새치기 AI’

중앙일보

2026.11.02 12:00 2026.11.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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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한 야외 풋살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의 한 야외 풋살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개발 경력이 없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의 도움을 받아 풋살장 예약 자동화봇(매크로)을 만들었다. 그는 “실제 예약도 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과 이용 제한 등 다른 문제가 우려돼 빈자리 알림만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록에 매크로를 만들어 달라 직접 요청하면 “이용 약관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유된 프롬프트를 넣고 AI와 대화하며 일부 보완하는 방식 등으로 우회할 수 있다.

AI가 프로그램을 짜주는 이른바 ‘딸깍 코딩’으로 만든 예약 자동화봇이 시설 이용 등의 선착순 경쟁을 왜곡한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도 스포츠 시설과 캠핑장 등 선착순 경쟁이 치열한 예약에서 매크로를 활용한 편법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매크로는 시스템이 열리면 불과 수 초 만에 정보 입력과 예약 신청을 완료할 수 있다. 과거엔 일부 업자들이 매크로를 활용해 무더기로 자리를 예약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AI로 누구나 예약 자동화봇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차이다. 지난달 국가AI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가 KTX 승차권 자동 조회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가 논란을 빚고 해촉되기도 했다.

한 개발자가 노트북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뉴스1

한 개발자가 노트북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뉴스1


예약 자동화봇 제작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I가 짜준 코드를 파이썬(Python)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복붙(복사·붙여넣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골프장 예약 자동화봇을 제작해봤다는 한 개발자는 “AI를 활용하면 비개발자도 2시간이면 만든다”며 “기술적으로는 실제 예약 신청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 요청에 따라 이를 대신 만들어주는 업체들은 “예약 시스템에서 막히면 신속한 업데이트를 보장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예약 자동화봇을 활용한 ‘새치기 예약’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런던 공공 테니스장 1400곳을 예약 자동화봇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라켓 클럽’은 FT의 실험에서 9초 만에 예약에 성공했다.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시간대가 빈자리로 나오면 즉시 예약하고, 건당 1파운드(약 1800원) 수수료를 받는다. 일부 테니스 동호인들은 직접 자동화봇을 개발하고 나섰다.

AI 에이전트(비서)의 확산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올해 8월 호주에선 AI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체육관 시스템을 해킹해 타인의 예약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이용자 이름으로 바꾼 사례가 나왔다. 앞서 7월 논문 공개 플랫폼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온 보고서 ‘AI 에이전트를 탐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에 따르면 AI 탐지 모델들이 AI 에이전트의 34.5~39.1%를 사람으로 잘못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예약 자동화 방식을 탐지·차단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서울시는 1년간 축구장·테니스장·캠핑장·문화체험 등 공공 서비스 예약 시스템에서 예약 자동화봇을 동원한 부정 접속 총 261만 건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25년 경력의 박대근 개발자(한비즈소프트)는 “매크로를 막더라도 우회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추첨제 등을 도입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호주 사례처럼) 개인용 AI 에이전트가 일탈할 경우에 대비해 예약 시스템의 보안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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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pdf/1039



서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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