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경쟁시켜야” 李 지시 석달 뒤...뒤죽박죽된 ‘휴게소 개선책’

중앙일보

2026.11.02 13:00 2026.11.02 21:0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
[현장에서]

영동고속도로의 여주휴게소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영동고속도로의 여주휴게소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한국도로공사(도공)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여주·군위 등 전국 8개 휴게소의 직계약 시범사업에 참여할 입점업체를 공개 모집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직계약은 중간의 민간운영업체를 거치지 않고 도공이 직접 입점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매출액 대비 33% 수준이던 수수료 부담을 8~9%(관리비 별도) 수준으로 대폭 낮춰 입점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식음료 가격도 인하하겠다는 취지다.

여기까지는 국토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해 온 휴게소 개편방안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보도자료엔 기존과는 결이 확연히 다른 내용도 포함됐다. 앞으로의 휴게소 운영 방향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국토부는 공공 직계약뿐 아니라 민간위탁 사업도 준비하고, 이들 사업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는 체계 도입까지 추진한다고 적었다. 또 공공관리회사 등 휴게소 사업관리 주체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게소 공공 직계약 방안. 자료 한국도로공사

휴게소 공공 직계약 방안. 자료 한국도로공사


이 같은 내용이 기존의 개편방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앞서 7월 9일 국토부가 낸 ‘국민을 위한 휴게소로 거듭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당시 국토부는 비싼 음식값과 부실한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그동안 마련한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새로 설립할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입점업체 평균 임대료를 대폭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도공이 관리해 온 210여개 휴게소의 운영권을 공공관리회사가 모두 넘겨받아 직접 임대업체 선정과 계약, 관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즉, 공공관리회사가 도공이나 민간이 개입할 여지 없이 휴게소의 운영권을 독점하는 게 기본 전제라는 얘기다.

다만 공공관리회사는 내년 초 설립될 예정이어서 올해는 ‘임시’로 도공에서 공공 직계약을 시행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당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도공의 관리 부실로 휴게소 문제가 발생한 만큼 앞으로 공공관리회사가 설립되면 도공은 휴게소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석 달여가 지난 지금 국토부의 휴게소 개편방안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국토부와 도공 안팎에서는 변곡점을 지난 7월 1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국토부의 ‘2026 하반기 부처 업무보고’를 꼽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자리에서 김윤덕 당시 국토부 장관은 “(휴게소 운영 개선을 위해) 공공관리회사를 만드는 걸 원칙으로 정하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독립된 회사로 만들지, 도공 자회사로 만들지는 청와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관리) 회사를 만들어서 그 사람들한테 운영하라고 그러면 관료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리는 최소한으로 공적으로 하되 민간과 경쟁을 시키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경쟁을 시켜서 낭비나 부패 없이 좀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

공공관리회사를 통한 휴게소의 독점적 운영이라는 국토부의 개선안에 급제동이 걸린 순간이었다. 대통령 지시대로 민간과 경쟁을 시키려면 독점적 운영이란 기본 틀이 사실상 무너지기 때문이다. 전직 국토부 관료는 “당시 이 대통령의 지시에 국토부 관계자들이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나온 국토부의 개선방안은 예상대로(?) 갈팡질팡, 뒤죽박죽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단일안은 사라지고 공공 직계약과 민간위탁, 공공과 민간의 경쟁 등 백화점식 방안이 뒤섞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건 국토부의 정교하지 못한 정책 추진, 그리고 생중계되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수개월간의 협의 과정을 한 번에 원점으로 되돌려 버린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이용객들이 간식을 사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이용객들이 간식을 사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게다가 이번 개선안의 내용을 따져봐도 문제가 여럿이다. 우선 국토부는 공공 직계약을 통해 휴게소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를 기존 매출액 대비 33% 수준에서 8~9%(관리비 별도)대로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별도’라고 표시한 관리비가 걸림돌이다. 관리비에는 전기, 수도, 가스 등 매장별로 사용한 비용과 화장실 관리비 및 오수·폐기물 처리비 등 공동사용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매출액 대비 15%가량이다.

중간의 민간업체가 받던 수수료에는 이 금액도 포함돼 있다. 이를 국토부가 목표한 수수료(8~9%)와 합하면 20%를 훌쩍 넘는다. 애초 기존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국토부의 공언이 쉽지 않은 숙제인 셈이다.

또 민간위탁을 하게 될 경우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를 대폭 깎아주려면 결국 도공이나 공공관리회사가 받는 수수료를 크게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민간업체를 참여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직계약이 됐든, 민간 위탁이 됐든 공공에 부담을 더 지워서 휴게소 식음료 값을 낮추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백화점식 개선안이 된 상황에서 굳이 별도의 공공관리회사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점권이 없다면 기능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휴게소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강갑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