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후반기 2년간 권력 지형을 결정할 중간선거가 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원 선거는 초접전 중인 경합주에서의 투표 결과가 다수당을 가릴 전망이다. 관건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샤이 트럼프’가 공화당을 구할지, 트럼프에 화가 난 기존 지지층 ‘앵그리 트럼프’가 공화당에도 등을 돌릴지 여부다.
미국 중간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2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선거관리국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작성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선거 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DDHQ)가 2일 오후 공개한 분석 모형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가져올 확률은 84%, 상원은 65%였다.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435석 중 241석, 상원에서는 100석 중 52석을 확보할 것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할 확률은 63%였다. 이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니라 각종 선거 자료를 반영해 계산한 확률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일 발표한 연방 상원의원 선거 최종 여론조사 결과 미시간에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가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를 53% 대 42%로 11%포인트 앞섰다.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에서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50%로 켄 팩스턴 공화당 후보(43%)를 앞섰다.
이밖에 메인, 캔자스, 오하이오, 알래스카, 아이오와 등 다른 경합주에서도 민주당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알래스카와 아이오와에서 양당 후보 간 격차는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에 그쳤다. (주별 표본 오차 ±3.4~5.0%포인트)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측 47석인 구도에서 민주당이 4석을 순증하면 상원을 장악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민주당의 상원 승리 시나리는 민주당이 미시간을 포함한 기존 의석을 지키는 데 더해 공화당이 보유한 노스캐롤라이나를 탈환한 뒤 경합주 의석인 메인, 캔자스, 오하이오, 알래스카, 아이오와, 텍사스 중 세 곳을 추가로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선거분석모형도 잡아내지 못하는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트 콘 NYT 수석 정치분석가는 2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론조사에 상대적으로 잘 응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짚었다. 이른바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숨은 표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경합주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 유권자를 놓치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관측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반대로 샤이 트럼프의 맞은편에는 앵그리 트럼프가 있다. 비당파 선거 분석 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창립자 찰리 쿡은 지난달 27일 “평소라면 민주당에 투표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공화당 고정 지지층”이 이번 선거의 핵심 집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신들이 충성스럽게 지지해온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이란전과 관세 등으로 가계 생활비를 높이고, 강경한 이민 단속으로 필요한 노동자를 빼앗는 데 대한 불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더데일리비스트는 자난달 ‘화난 트럼프 지지자들(Angry Trump Voters), 그의 ‘헛소리’ 약속에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를 지지해온 알래스카 유권자들의 불만을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쿡의 분석이다. 이들이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참고 공화당에 투표할 수도, 투표장에는 가되 특정 선거에서는 기표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민주당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및 중도층 지지 확보 여부와 함께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 약화 여부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주당에서도 내부 균열의 위험이 표출됐다. 미시간에서 민주당 현역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이 전날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지난 8월 민주당 경선에서 엘사예드에게 패했다. 미시간은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으려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지역이다.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이스라엘 지원을 다룬 광고와 관련한 의견 차이다. 그러나 경선 때부터 이어진 친이스라엘 성향의 당 주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이 선거 막판 다시 폭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사람의 경선이 기성 정치권과 외부 도전자, 친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중도와 진보 등 민주당을 흔드는 분열을 압축한 대결이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이날 마무리 유세에서도 엘사예드를 공격했다. 워싱턴DC 한복판의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을 마지막 대면 유세 장소로 택한 그는 “우리는 미국을 ‘신의 집’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사탄의 집’으로 부른다. 우리는 미국을 사탄의 집으로 부르는 이들을 원치 않는다”며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미국을 증오하는 정당이 우리나라를 일군 국민을 통치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고물가가 공화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식한 듯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을 언급하기도 했다. “누구도 이런 급락을 본 적이 없다”면서다.
하지만 정작 유세 초반 20여분은 연못의 배관과 누수, 보수 작업 등 워싱턴 정비사업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사진까지 들어 보이며 연못의 이름을 트럼프 반사연못으로 바꾸는 방안을 언급한 뒤 “농담이니 보도하지 마라”고도 했다.
반사연못은 1963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당시 군중이 모였던 미국 시민권 운동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럼프가 추진한 보수사업의 난맥상을 드러낸 장소가 됐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고치겠다던 약속과 달리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이 불어났으며, 완공 선언 뒤에는 녹조와 바닥 코팅 박리로 재보수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고의 훼손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부실 시공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선거 전날 이곳을 마지막 공개 연설 장소로 택한 데 대해서도 외신은 유권자의 생활비 걱정과 동떨어진 선택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WSJ는 “공화당은 강력한 마지막 메시지를 원했고, 트럼프는 반사연못을 이야기했다”는 제목으로, 그가 민생 대신 화강암과 페인트, 녹조 제거 작업을 설명한 장면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