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재혼황후'가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의 실사라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한국 배우들 위에 화려한 서양식 황궁과 복식, 이름까지 이질적인 요소들을 가득 얹은 '재혼황후'가 원작팬 뿐 아니라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에 면역이 없는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는 4일,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재혼황후'가 첫 공개된다. '재혼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신민아 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 분)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 분)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 분)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이다. 2018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연재됐던 알파타르트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후회/이혼물의 원조격이기도 한 '재혼황후'의 원작 소설은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전세계 10개 언어로 서비스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수만 약 30억회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원작을 바탕으로 웹툰, 오디오드라마는 물론 최근에는 일본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내년 방영을 앞두고 있는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로 재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재혼황후'라는 IP의 가치는 압도적이다.
그런만큼 처음 '재혼황후'의 실사 드라마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때 많은 이들의 우려섞인 관심이 쏟아졌다. '재혼황후'가 중세 시대의 유럽 왕실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 앞서 지난해 7월 종영한 KBS2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역시 비슷한 배경의 로판을 원작으로 했지만 조선시대 사극으로 로컬라이징을 거친 반면, '재혼황후'의 경우 배경도 캐릭터의 이름도 모두 그대로 유지한다는 과감한 결단에 비관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등 톱 배우들을 총 동원했음에도 재현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 수준의 조잡한 퀄리티에 그칠까에 대한 염려였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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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재혼황후'의 실험적인 시도는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동대제국 황실은 상상속 로판 세계관을 그대로 구현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판타지 세계관인 만큼 초반에 짧게 등장하는 마법 연출은 다소 아쉬웠지만, 하인리(이종석 분)가 변신한 새 '퀸'은 나비에(신민아 분)와의 교감 장면에서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CG를 자랑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우려와는 달랐다. '나비에', '소비에슈', '라스타' 등 낯선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지만, 사극과 현대극 사이의 적절한 말투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력에 집중하다 보면 호칭은 작품을 보는데 큰 장애로 작용하지 않는다. 특히 주지훈(소비에슈 역)의 뻔뻔한 불륜남 연기, 사랑스러운 얼굴로 순진한척 분노를 유발하는 악녀로 분한 이세영(라스타 역)과 그 사이에서 서서히 무너지는 신민아(나비에 역)의 포커페이스, 그런 그에게 거침없이 직진하는 이종석(하인리 역)의 여유 넘치는 플러팅을 지켜보다보면 어느샌가 막장 스토리에 과몰입해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흔한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새로운 배경과 설정, 그런 원작의 설정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력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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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재혼황후'의 로판 구현도를 100%로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배우들이 연기로 하드캐리를 하더라도, 화려한 황실 이미지에만 치중한 나머지 배우와 어울리지 않는 의상들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까지 완전히 지울수는 없다. 단순 서양풍 복식이라는 특성을 떠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스프레 수준의 조악한 의상과 한국 배우들 사이의 부조화는 때때로 '서프라이즈'에 준하는 수준으로 몰입을 해친다.
출중한 연기력과는 별개로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도 빠질수 없다. 주지훈, 최대훈(맥켄나 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지훈의 경우 작품 내 오만하고 독선적인 빌런이라는 점에서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지만, 신민아, 이세영과의 로맨스 케미에 있어서는 2% 부족함이 느껴진다. 최대훈이 맡은 맥켄나는 이종석이 맡은 하인리와 절친한 또래 친구이자 그 못지않은 미남 설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미스캐스팅이라는 평을 지울수 없다. 원작의 팬이라면 더욱 아쉽게 다가올 터다.
비록 모두의 기대처럼 '브리저튼' 만큼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K-드라마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재혼황후'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과연 쏟아지는 우려와 기대 속에서 베일을 벗은 '재혼황후'가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을 모은다.
한편 '재혼황후'는 총 10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오는 4일 4회를 첫 공개한뒤 매주 수요일 2회씩 순차적으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