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중에는 현재 거주지에서의 생업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상속 문제에 제때 참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상담을 요청한 미국 거주 한인의 사례도 이와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에만 참석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A씨는 그사이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 상속 부동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마음대로 등기해 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한국 형제들은 생전에 이미 많은 재산을 증여받았기에 남은 상속재산마저 법정상속분대로 똑같이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 게다가 나는 인감이나 위임장을 준 적도 없는데, 내 동의 없이 등기를 마쳤다면 서류를 위조한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연 위임장 하나 없이 일부 상속인이 일방적으로 법정상속분에 따라 부동산 상속등기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이미 마쳐진 등기를 다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부동산에 대해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를 신청하는 것은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나 협조가 전혀 없어도 단독으로 가능하다.
이는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가 아니며, 등기를 신청할 때 해외에 있는 상속인의 위임장이나 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형제들이 서류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적법하게 등기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시도하면 생전 증여 문제로 A씨가 반대할 것이 뻔하니, 형제들이 임의로 법정상속분 등기를 강행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자신의 지분이 법정상속분대로 등기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변경하거나 경정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역시 가능하다.
비록 법정상속분 등기가 마쳐졌더라도 사전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할에 대한 명확한 '협의'나 법원의 '심판'이 없었다면 바로잡을 기회는 남아 있다.
이 경우 우선 다른 형제들에게 정식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약 형제들이 협의를 완강히 거부한다면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 된다. 법원의 심판 결과에 따라 기존의 불리한 등기를 지우고 정당한 자신의 몫에 맞게 등기를 다시 변경하거나 경정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세금'이다. 한 번 등기된 지분을 나중에 바꾸면 변동된 지분만큼 다른 형제에게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막대한 '증여세'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애초에 상속인 간 '분할 협의'가 없었던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마쳐진 법정상속분 등기를 추후 협의나 심판으로 바로잡는 경우에는 지분이 변동되더라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특정 상속인의 채권자가 담보 확보를 위해 상속재산 전체에 일방적으로 법정상속분 등기(일명 대위등기)를 해버린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타인에 의해 대위등기가 이루어졌더라도 추후 진정한 상속재산분할협의나 법원의 심판을 통해 재등기를 할 수 있고, 이때도 변동된 지분에 대한 증여세는 없다.
다만 각별히 유념해야 할 예외 상황이 있다. 만약 상속인 간에 이미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완료했음에도 단지 등기상의 편의를 위해 일단 법정상속분 등기를 해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 상태에서 추후 상속인 간 지분이 변동되는 내용으로 다시 분할 협의를 해 등기를 바꾼다면, 그 변동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약하면 미국에 있는 사이 한국의 형제들이 일방적으로 법정상속분 등기를 마쳤다고 해서 본인의 정당한 상속 권리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말고 한국 상속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신속하게 분할 협의나 심판 청구를 진행한다면 억울한 상속등기를 정당하게 바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