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규모·작품수 극장가 주목 할리우드의 종교영화 부활 조짐에 복음주의 진영의 문화운동 평가도
내년에 전례 없는 규모의 '신앙 영화 시즌'이 열린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작품은 그레타 거윅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나니아: 마법사의 조카(The Magician's Nephew)'와 멜 깁슨 감독의 '그리스도의 부활 1부(The Resurrection of the Christ: Part One)'다.
'나니아: 마법사의 조카'는 '나니아 연대기'의 6번째이지만 이야기 속 시간 순서로는 맨 처음이다. 기독교 세계관과 상징이 짙게 반영된 나니아 연작에서 '마법사의 조카'는 나니아 세계가 어떻게 창조되었고 옷장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한다. 많은 이들은 이를 천지창조와 선과 악, 타락과 유혹, 구원과 회복 같은 기독교의 창조 신앙을 다룬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스도의 부활 1부'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속편으로 성경 영화로는 최대 규모 중 하나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래 한 편으로 기획했으나 2부작으로 확대 제작했다. 1부는 성금요일인 내년 3월 26일, 2부는 승천일인 5월 6일 개봉 예정이다. 십자가 위 죽음과 부활 사이의 3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과 천사와 악마의 대결, 예수의 지하 세계 강하까지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 12일 개봉하는 '나니아'는 대규모 극장 개봉으로 영화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상영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나니아'의 대규모 극장 개봉은 극장 산업에서는 상징적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화업계는 최근 몇 년간 극장 관객 감소와 스트리밍 확산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나니아'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넷플릭스가 다른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유사한 극장 개봉 전략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나니아'는 단순한 배급 전략 변화를 넘어 신앙 기반 영화 시장의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여기에 3월 12일에는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 기대를 모으는 '엑소시스트(The Exorcist)' 시리즈가 문을 연다. 스칼릿 조핸슨과 자코비 주프가 출연하는 이 작품은 기존 시리즈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너건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도 공포 자체보다 신앙과 죽음, 구원을 탐구했다. '엑소시스트'도 신앙과 악의 존재, 믿음의 위기, 구원을 다루는 가장 종교적인 공포 영화로 기대를 모은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네 번째 시즌 프리미어에 참석한 '더 초즌' 출연진.가족 친화적 신앙 콘텐츠인 '더 초츤'은 내년에 예수의 부활을 다룬 시즌7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극장용으로 제작해 개봉한다.
예수의 생애를 다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시리즈 '더 초즌(The Chosen)'은 같은 날 시즌6의 피날레 에피소드를 극장에서 공개한다. 6편으로 구성된 시즌6은 에피소드 5편은 스트리밍으로 방송하고 예수의 십자가 처형 부분인 6편은 독립된 장편 영화처럼 확장 제작해 전 세계 극장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더 초즌'은 예수의 부활을 소재로 한 시즌7의 첫 번째 에피소드도 극장용으로 제작해 상영할 예정이다.
내년 2월부터 5월까지 상반기 극장가는 '신앙 영화 시즌'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단순히 종교 영화의 부활을 넘어 미국 사회 내부에서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는 문화운동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의 신앙 영화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제작되는 '기독교 소재 영화'다. 다른 하나는 복음주의 기독교 진영이 직접 제작하는 '신앙 기반 영화'다.
'나니아'와 '엑소시스트'는 기독교 소재 영화에 속한다. 이 작품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이나 종교적 상징을 다루지만 제작자 대부분은 공개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지 않는다. 할리우드는 지금까지 '벤허'처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함께 성경적 서사를 제작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기독교 소재 영화도 최근에는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작품이 늘고 있다. '노아'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퍼스트 리폼드', '웨이크 업 데드 맨: 나이브스 아웃 미스터리(Wake Up, Dead Man: A Knives Out Mystery)'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면 '더 초즌'과 '그리스도의 부활'은 공개적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기독교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다. 이들은 이른바 '신앙 영화 시장', '신앙 친화적 시장'을 직접 겨냥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더 초즌',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House of David)', '아이 캔 온리 이매진'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두 흐름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기독교 할리우드 영화'와 '기독교 산업 영화'의 충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최근 할리우드의 신앙 묘사는 여성 중심성과 진보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바비', '아바타', '프레즌스', 'K팝 데몬 헌터스', '웨이크 업 데드 맨', '이즈 갓 이즈(Is God Is)' 등에서는 여성 중심의 영성과 개인화된 영적 경험이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전통적 남성 중심 종교 체계는 억압적 구조로 표현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거윅 감독 역시 원작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은 아씨들'과 '바비'가 대표적 사례다. 일부 평론가들은 '나니아' 역시 기존 해석과는 다른 방향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아이맥스 최고경영자가 "이번 작품은 여러분 할머니 세대의 나니아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플래너건 감독도 여성 캐릭터를 영적, 도덕적 중심축에 배치하는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일부 작품에서는 제도화된 종교 권위와 신앙 공동체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그의 대표작인 '미드나이트 매스'는 이런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복음주의 기반 신앙 영화는 점점 더 보수적 복음주의 문화와 결합하고 있다.
과거 신앙 영화는 가족 친화적이고 정치색이 약한 드라마가 중심이었지만 교회의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영화도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학자 라이언 버지는 저서 '사라지는 교회'에서 진보 성향 미국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여성들의 교회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보수적이지 않은 성향의 교회들은 쇠퇴하고 복음주의 교회는 더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신앙 영화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일부 작품들은 가족 드라마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선악 대결과 영웅 서사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과 '펜드래건 사이클' 등이 대표적 사례다. '더 초즌'과 '그리스도의 부활' 역시 이런 흐름에 속한다. 두 작품은 전통 기독교 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선과 악의 대립 구조를 강조한다. 여성 캐릭터 역시 보수적 기독교 문화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역할로 묘사하곤 한다.
내년 극장가는 두 종류의 신앙 영화가 충돌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영성과 여성 중심 서사에 더 끌리는 관객층이 우세할지, 전통 종교와 남성 중심 영웅 서사를 선호하는 관객층이 더 강력할지도 영화 못지않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더 초즌'과 '그리스도의 부활'은 복음주의 문화 내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초즌'은 비교적 안전한 가족 친화적 신앙 콘텐츠다. 기존 교회 문화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폭넓은 기독교 관객층을 포용한다. 반면 '그리스도의 부활'은 더 공격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교회 출석은 하지 않지만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층을 강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초즌'이 흥행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미국 기독교 문화의 중심축이 여전히 전통적 가족 문화에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그리스도의 부활'이 더 큰 성공을 거둘 경우 강한 정체성과 선명한 가치관을 강조하는 흐름이 확산하는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