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하는 교회에서 지난 9월 17일 영화관을 대관, 교인들이 영화 ‘신의 악단’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종교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교회에서 하는 행사여서 영화를 보러 갔다. 처음에는 흔한 종교 영화겠지 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자 극장을 가득 메운 교인들은 조용해졌다.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관객들은 서서히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대사에 몰입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북 제재로 외화 확보가 어려워진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2억 달러를 지원받기 위해 한 NGO(비정부기구)와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지원을 받으려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교회에서 부흥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보위부는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보위부 소속 장교에게 가짜 찬양대 구성을 지시했다. 그 장교는 지방에 있던 무명 악단을 데려와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 가짜 찬양단은 찬양을 배우고, 기도하고, 함께 성경을 읽었다. 그들은 찬양을 반복해 부르면서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양심이 살아나 보위부원과 단원들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영성이 살아나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마음이 변화되는 것을 알게 된다.억압에 억눌려 있던 마음이 찬송과 성경 읽기를 통해 사랑과 이해, 이웃에 대한 연민이라는 고귀한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배우들은 이 과정을 표정과 진정어린 찬양으로 표현했다.
그들은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굳이 말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행동과 표정, 노래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함성보다도 크게 우리 마음을 흔들었고, 어떤 논리적인 설명 보다도 큰 힘을 갖고 있었다.
외국 관계자들과 북한 고위층이 참석하는 공연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가짜 찬양단은 공연이 끝난 뒤 모두 처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위부 장교는 깊은 고뇌 끝에 단원 모두를 다른 차에 태워 국경 지역으로 보내고, 본인만 공연이 예정된 교회로 가는 차에 오른다.그 후 혹독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눈 덮인 길을 따라 처형장으로 끌려가다 쓰러진 그의 표정에는 모두를 살렸다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감동적이었다.
영화관을 나서며 한동안 옆 사람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하는 순간 이 감동이, 이 울림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