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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장관 여권번호 유출, 어떻게 가능했나…5개월 ‘깜깜이’

중앙일보

2026.11.02 20:31 2026.11.03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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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유럽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멜스부르크 군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유럽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멜스부르크 군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국무위원 등 168명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가운데 ‘악성코드 검사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 부부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된 곳이 사용자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악성코드 검사 사이트여서다. 관련 사실 인지 직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이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 청와대·외교부 직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 청와대 출입기자 등 168명의 국문·영문 이름과 소속·직책, 생년월일, 여권번호, 여권 발급·만료일 등이 공개된 곳은 구글의 유료 악성코드 검사 플랫폼 ‘바이러스토털’이다. 사용자가 의심스러운 파일이나 인터넷 주소(URL) 등을 올리면 악성코드 등에 의한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데, 가격은 연간 7만5000~110만 달러(1억~15억원)에 달한다.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기업과 기관의 보안 담당자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이 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이 대통령 순방단 개인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해당 플랫폼에서 검사한 자료가 전 세계의 백신 업체와 유료 회원 등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이다. 바이러스토털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보안 위협을 공동 대응하는 ‘집단지성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공개된 정보는 전 세계 보안 전문가들의 변종 악성코드 연구나 보안업체의 백신 개발 등에 쓰인다.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코드를 공유하는 ‘깃허브’와 유사한 형태다.

이 같은 플랫폼 특성상 청와대 내부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담당자가 바이러스토털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모른 채 악성코드 검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악의를 가지고 내부 정보를 탈취한 해커가 이를 전 세계 공유 플랫폼에 올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해킹보다는 내부 관계자의 보안 인식 부족이나 업무상 실수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4년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 약 3000명의 개인정보가 해당 플랫폼을 통해 유출되기도 했다. 당시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보안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외부 업체 직원이 악성코드 보안 강화 차원에서 해당 플랫폼에 내부 보안점검 결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전경. 뉴스1

청와대 전경. 뉴스1

보안 담당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 보안 시스템이 파일을 자동으로 올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안 프로그램이 외부 수신 메일이나 첨부파일 등을 의심스럽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검사를 맡겼을 수 있단 분석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도 메일 보안 프로그램이 정상적인 파일을 오인하고 자동으로 악성코드 검사를 진행하다가 자료가 유출되는 유사 사례가 빈번했다”며 “내부자 실수일 경우 보안 인식 교육을, 제품 문제일 경우 보안 솔루션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보안 체계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주요 관계자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됐는데도, 청와대는 약 5개월간 유출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공유 플랫폼에 기밀 사항이 업로드된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데, 해당 문서가 암호화되지 않은 평문이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5개월간 유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보안관리의 통제권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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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사이버 보안 차르 구성 적극 검토”

한편, 청와대는 3일 비서실장 주재 긴급회의 열고 경위 파악 등 보안체계 점검에 나섰다. 경찰은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고, 공군 1호기의 관리를 담당하는 외교부도 경위를 조사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 과정에서 사건 실체 규명에 일부 진전이 있었고,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해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과 민간 영역을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 설치 논의도 필요하다”며 “흩어져 있는 보안 기능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사이버 보안 차르’ 기구 구성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차르는 특정 정책 분야를 총괄·조정하는 책임자를 뜻한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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