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다투다가 경찰 신고한다고 해 범행”…전 연인 스토킹 살해 40대 송치

중앙일보

2026.11.02 22:12 2026.11.02 22: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달 27일 대전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A씨(40대 남성·가운데 모자를 눌러 쓴 사람)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7일 대전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A씨(40대 남성·가운데 모자를 눌러 쓴 사람)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던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이 공소청에 넘겨졌다.

대전중부경찰서는 3일 오후 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3)를 대전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24일 대전시 중구 한 빌라에서 B씨(40대 여성)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4일 낮 오후 2시쯤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119구급대 출동 당시 B씨 몸에서 목에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
범행 뒤 유심칩 버리고 도주…경찰 "계획 범죄"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강원도로 달아났던 A씨는 신고 17시간40분 만인 25일 오전 7시40분쯤 강릉의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도주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유심침을 제거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살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다투다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계획범죄를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여러 차례 B씨와 다투고 집 근처를 찾아갔던 점을 근거로 그가 살해를 목적으로 빌라를 방문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24일 대전시 중구 한 빌라에서 전 연인을 살해하고 달아난 A씨(40대 남성)가 범행 직후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 KBS 영상 캡처]

지난달 24일 대전시 중구 한 빌라에서 전 연인을 살해하고 달아난 A씨(40대 남성)가 범행 직후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 KBS 영상 캡처]

공소청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A씨는 범행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으로 이동되던 중에도 “피해자를 왜 살해했나” 왜 (피해) 여성을 찾아갔나”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은 없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


━
피해자 지난해 "스토킹 당했다" 경찰에 신고

경찰에 따르면 숨진 B씨는 지난해 10월 10일 ‘A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B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A씨가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신고 내용이었다. 경찰은 A씨에게 접근 금지와 함께 전화·문자 등 연락을 제한하는 ‘긴급 응급조치 1·2호’를 결정하고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하지만 B씨는 20여 일 뒤 A씨와 화해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스마트워치도 조기 반납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해자 모니터링도 종료한 뒤 A씨의 행위가 지속·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11월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두 사람이 다투는 과정에서 다시 112신고가 접수됐지만 A씨와 B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 112 신고가 눌렸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경찰은 B씨의 스토킹 신고 이력에 따라 사건을 ‘교제 폭력’으로 재분류했다.
대전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A씨(40대 남성)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A씨(40대 남성)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당시 경찰이 B씨에게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안내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피해자) 자원 방법을 알리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고 한다. 가해자 위험도를 3등급으로 구분해 고위험군은 ‘7일 이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체계’는 올해 도입돼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
대전경찰청, 9일 피의자 신상 공개 예정

경찰은 A씨의 범행이 잔혹하고 계획적이었다고 판단, 지난 2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그의 신상(성명·나이·사진) 공개를 결정했다. 다만 A씨가 신상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찰은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따른 법률’에 따라 5일 이상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르면 9일쯤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9일 B씨 유족이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신상 공개에 반대하자 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이후 유족이 신상 공개를 희망한다고 입장을 바꾸자 2일 위원회를 개최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송치 이후에도 공소청과 협의, 피의자의 추가 범행 여부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며 “피의자 신상정보는 9일 대전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