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만취 자리서 계엄 모의? 비상식적…절박한 선택이었다”
중앙일보
2026.11.03 02:34
2026.11.03 12:2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항소심 최종변론에서 “만취한 자리에서 비상계엄 같은 중대한 일을 논의할 수 없다”며 사전 모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일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 이승철·조진구·김민아)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계엄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내란특검팀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군 지휘관 식사는 통상 관례에 따른 격려 식사로 특검이 주장하는 (계엄) 모의는커녕 일상식사, 동호회 모임 수준”이라며 “결의나 충성 서약도 없는 친위 쿠데타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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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여인형 인사불성…계엄 논의 불가능”
변호인단은 특히 2024년 11월 9일쯤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만찬을 거론했다. 당시 참석자들이 정상적인 대화조차 어려울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참석자들이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취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인사불성이었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그랬다”며 “비상계엄 같은 중대한 일을 만취한 자리에서 논의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도 거듭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망국적 상황을 알리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며 “국회가 다수 의석으로 전횡을 휘둘러도 견제 장치가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또 최근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겨냥해 “이제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고, 현실이 되고 있다”며 “당시에도 대통령은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을 생방송 대국민 담화로 선포했다는 점도 친위 쿠데타 의혹에 대한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을 생방송 대국민 담화로 선포했다는 점도 강조하며 “친위쿠데타였으면 생방송으로 알리기보다 군을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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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수첩은 상상 낙서…무인기 도발 의혹도 사실 아냐”
변호인단은 전시상황 조성을 위해 북한 도발을 노리고 무인기 작전을 수행했다는 의혹도 “전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다면 훨씬 강력한 수단을 이용했을 것이고 이를 대대적으로 활용해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엄 사전 모의 정황으로 지목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알지 못하는 인물의 낙서가 피고인의 계획은 아니다. 낙서장은 비상계엄 이후 작성된 상상 낙서일 뿐 사전 계획문서가 아니다”고 했다.
수첩의 필적 감정 결과와 특검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검이 ‘소형기’로 해석한 글자를 대검찰청(현 공소청)은 ‘소환시’로 판독했다는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 산하 ‘수호신 태스크포스(TF)’가 계엄 준비 조직이라는 의혹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계엄 준비 조직이 아니라 부대 개편에 따른 대테러 부대”라며 “계엄 선포 직전에도 TF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이 내란이어야 하는 민주당에 의해 언론이 불러주는 대로 써서 왜곡 보도하고, 국민들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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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항소심서도 사형 구형…5일 최후진술
윤 전 대통령 측의 최종변론은 오는 5일 재개된다. 이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까지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국민의 저항이 헛되지 않도록,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도록 법에 정해진 가장 단호한 판결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