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하라 분쟁 전운 고조…유엔 평화유지단 35년 만에 철수
중앙일보
2026.11.03 06:19
2026.11.03 12:23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결의안 초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유엔 서사하라임무단(MINURSO)의 임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했다. 신화=연합뉴스
아프리카 서사하라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해온 유엔 서사하라임무단(MINURSO)이 단계적 철수에 착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MINURSO 청산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철수는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 인정 문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임무 연장 결의안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모로코 정부는 유엔 임무단의 철수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 서사하라 독립을 요구하는 폴리사리오 전선과 이를 지원하는 알제리의 대응에 따라 무력 충돌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은 군사 감시 요원 약 160명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민간인 등 관련 인력 18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현지 시설 13곳도 폐쇄하기로 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임무단 철수가 서사하라 주민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당사자에게 서사하라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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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대립에 임무 연장 무산…35년 평화유지 활동 중단 수순
2021년 10월 13일(현지시간) 서사하라 메하이레스 인근에서 폴리사리오 전선 소속 병사들이 사격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30일 MINURSO 임기 연장 결의안을 잇달아 부결했다.
미국은 모로코의 서사하라 자치안을 실현 가능한 협상 방안으로 제시한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러시아가 제안한 기존 임무의 단순 연장안도 찬성표 부족으로 부결됐다.
서사하라 분쟁은 1975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가 끝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서사하라의 행정권을 넘겨받으면서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했다.
모리타니는 1979년 영유권 주장을 철회했지만 모로코는 현재까지 서사하라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알제리의 지원을 받는 독립운동 세력 폴리사리오 전선은 1976년 사라위 아랍민주공화국(SADR) 수립을 선포했다. 이후 모로코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약 16년간 이어진 무력 충돌은 1991년 유엔의 중재로 휴전이 성립되면서 일단락됐다. 유엔은 휴전 감시와 서사하라의 최종 지위를 결정할 주민투표 준비를 위해 MINURSO를 창설했다.
당초 주민투표는 1992년 실시될 예정이었다. 주민들이 독립과 모로코 편입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투표 자격과 유권자 신원 확인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지금까지 실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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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자치안 추진…폴리사리오 전선은 독립 요구
모로코는 2007년 서사하라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사하라 주민들이 내부 행정을 맡되 국방과 외교는 모로코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폴리사리오 전선과 알제리는 이를 거부했다. 서사하라의 독립 여부를 주민투표 선택지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2020년 다시 격화했다. 폴리사리오 전선이 그해 11월 무장투쟁 재개를 선언한 이후 서사하라에서는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는 이번 유엔 임무단 철수를 자국의 자치안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0년 모로코의 서사하라 주권을 인정했다. 프랑스도 2024년 모로코의 자치안을 지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모로코에 우호적인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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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유지군 철수로 안보 악화”…알제리까지 확전 가능성
유엔 평화유지군의 철수가 서사하라의 무력 충돌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모로코 국제관계 전문가 이삼 라루시는 “임무단 철수로 서사하라의 취약한 안보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유엔 임무단이 수행해 온 감시와 긴장 완화 기능이 사라지면 지역 안정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민간인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폴리사리오 전선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무력 충돌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경우 폴리사리오 전선을 지원하는 알제리까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모로코와 알제리의 군비 증강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두 나라가 지난해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고 분석했다. 서사하라를 둘러싼 갈등을 양국 군비 증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