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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미 동맹, 안보와 경제의 결합 이익을 키워야

중앙일보

2026.11.03 07:20 2026.11.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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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한·미 관계를 ‘난기류’로 표현했다. 그러나 체감되는 분위기는 난기류 그 이상이다. 한·미 관계, 더 크게는 국가전략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자주파’와 ‘동맹파’라 부르는 두 시각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서로 다른 관점과 지향을 가진 두 그룹을 통해 외교와 안보 정책의 균형을 꾀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정책의 엇박자와 갈등을 키우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 대미 협상에서 안보와 경제가 분절되어 있다. 그 결과 안보 위험을 낮추면서 경제적 편익도 확보할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은 단기간에 풀기 어렵다. 국제질서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시각차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 중 어느 축을 더 중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양 진영의 논리와 근거를 따지며 숙고와 논의를 거듭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두 번째 문제부터 풀어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안보, 경제로 분절된 거버넌스가
한·미 동맹을 해치는 구조적 원인
대미 투자에 상업성만 고려하면
전체적인 국익의 극대화 어려워

안보와 경제의 분절은 한국 정부 거버넌스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이 두 영역이 긴밀히 얽혀 돌아가는 현시대와 맞지 않는 치명적 결함이다. 정부 부처와 국책 연구소도 이슈가 분리되어 있었던 예전 시대의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 국가안보실과 정책실도 업무 분장에 따라 각각 북한·안보 문제와 투자·관세를 둘러싼 대미 협상에 나뉘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를 가로질러 조율하고 통합하는 기능이 약하면 한 분야의 편익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효과를 놓치게 된다. 이 위험한 시대에 한·미동맹을 포함한 국가전략의 방향과 메시지가 엇갈리면 국민의 불안은 커진다.

경제학자인 안드레이 슐레이퍼와 로버트 비시니는 ‘부패’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파급효과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유리와 철강을 각각 독점 공급하면, 각 공급자는 자기 재화의 가격을 높일 때 다른 보완재의 수요가 줄어드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 반면 한 업체가 유리와 철강을 함께 공급할 경우는 한 재화의 가격이 다른 재화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해 결합 이윤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각 재화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더 많은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이 논리를 정부 조직에 대입하면 교훈은 명확하다. 각 부서가 자기 영역의 성과만 극대화하려 들면 국가 전체의 편익은 오히려 훼손된다는 것이다.

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많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노르트스트림 2를 완공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 사업의 경제적 효과만 중시한 나머지 에너지의 과잉 의존이 빚어내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 반대로 안보만 고려하다가 경제를 훼손한 사례도 있다. 소련은 친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하자 경제적 비용이 급증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됐다. 이는 1991년 소련 붕괴에도 일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대미 협상에서 안보와 경제의 결합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북핵 위협에 맞서 우리의 안보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은 훨씬 커졌지만, 대미 투자에서는 미·일 간 양해각서와 달리 상업적 합리성을 투자 조건으로 설정해 운신의 폭을 좁혔다. 우리의 수요와 미국의 필요를 교환해 결합 이익을 극대화하고 더 깊은 동맹으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미투자특별법은 국가안보나 공급망 안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의 사전동의를 거쳐 상업성이 충분하지 않은 투자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 지형상 사전동의가 이뤄질지 의문일뿐더러, 정권이 바뀐 뒤 전략적 판단까지 정치적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재의 제도와 유인 체계에서 협상을 맡은 관료들은 책임질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렇게 대미 협상이 공전하면, 북한과의 대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자주파’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는 결과가 벌어진다.

재무적 수익성이라는 협소한 틀에 갇히면 더 큰 전략적 편익을 놓치기 쉽다. 안보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라는 뜻이 아니다.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한·미 간 첨단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한·미 공동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절적인 대미 협상을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안보와 경제의 편익을 종합 평가하며 그 판단의 책임까지 함께 나누는 상설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여야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정책을 적법하게 추진한 경우는 정권 교체 후에도 정파적 보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을 비롯한 전체적 국익은 동맹의 바깥이 아니라 더 깊은 동맹 안에서 자란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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