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후반기 2년간 권력 지형을 결정할 중간선거가 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원 선거는 초접전 중인 경합주에서의 투표 결과가 다수당을 가릴 전망이다. 관건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샤이 트럼프’가 공화당을 구할지, 트럼프에 화난 기존 지지층 ‘앵그리 트럼프’가 공화당에도 등을 돌릴지 여부다.
중간선거는 미국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midterm)에 치러지는 선거로, 현재 미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 의원 435명 전원(임기 2년),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임기 6년), 주지사 39명(미국령 3곳 포함) 등을 선출한다. 투표는 미 동부시간으로 3일 오후 6시(한국시간 4일 오전 8시)부터 순차적으로 마감되며, 우편투표와 접전지 재검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최종 결과 확정까지 2~3일 이상 걸릴 수 있다.
박경민 기자
선거 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 (DDHQ)가 지난 2일 오후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가져올 확률은 84%, 상원은 65%였다.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435석 중 241석, 상원에서는 100석 중 52석을 확보할 것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할 확률은 63%였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일 발표한 연방 상원의원 선거 최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상원 선거의 핵심 경합주 7곳에서 모두 공화당 후보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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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트럼프 vs 앵그리 트럼프…상원, 경합 7곳 막판 변수
미시간에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가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를 53% 대 42%로 11%포인트 앞섰고,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50%로 켄 팩스턴 공화당 후보(43%)를 앞섰다. 이 밖에 메인·캔자스·오하이오·알래스카·아이오와 등 다른 경합주에서도 민주당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알래스카와 아이오와에서 양당 후보 간 격차는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로 초접전 양상이다.
박경민 기자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측 47석인 구도에서 민주당이 4석을 순증하면 상원을 장악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선거분석모형도 잡아내지 못하는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트 콘 NYT 수석 정치분석가는 2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론조사에 상대적으로 잘 응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짚었다. 이른바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숨은 표다. 2016년 대선에서도 경합주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 유권자를 놓치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관측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반대로 샤이 트럼프의 맞은편에는 앵그리 트럼프가 있다. 비당파 선거 분석 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창립자 찰리 쿡은 지난달 27일 “평소라면 민주당에 투표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공화당 고정 지지층”이 이번 선거의 핵심 집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신들이 충성스럽게 지지해온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이란전과 관세 등으로 가계 생활비를 높이고, 강경한 이민 단속으로 필요한 노동자를 빼앗는 데 대한 불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참고 공화당에 투표할지, 투표를 포기하거나 민주당 후보로 돌아설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주당에서도 내부 균열의 위험이 표출됐다. 미시간에서 민주당 현역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이 전날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지난 8월 민주당 경선에서 엘사예드에게 패했다. 미시간은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으려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지역이다.
트럼프도 2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에서 진행한 마무리 유세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 최초 무슬림 상원의원이 되는 엘사예드를 집중 공격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신의 집’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사탄의 집’으로 부른다. 우리는 미국을 사탄의 집으로 부르는 이들을 원치 않는다”며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경우 예산안과 조사권 등을 무기로 행정부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 상원까지 장악하면 주요 인사 인준에도 제동이 걸린다. 민주당 승리 시 ‘미스터 비토(veto·거부권)’를 예고한 트럼프의 행보도 관심사다. 로이터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트럼프는 거부권과 행정명령 선포 권한을 유지한다. 관세·이민·외교정책을 단번에 뒤집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미 의회 권력 향배에 따라 관세·반도체 등 통상 현안은 물론 주한미군·전시작전통제권·대북정책 등 안보 현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식 ‘거래 중심’ 외교와 거리를 두고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다.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흔들면서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의 행보에도 거부감이 크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의 대미 협상 환경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