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원임의 마주보기] 거울아, 거울아!

Chicago

2026.11.03 12:30 2026.11.03 13: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손원임

손원임

사람들에게 백설공주라는 이름은 상당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원래 백설공주 이야기는 독일에서 1812년 동화집에 수록되어 나왔었다. 1937년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각색되어 재탄생 되었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버전의 영화들로 나올 정도로 인기를 누리며, 계속해서 회자되는 재미 풍부한 이야깃거리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특히 유명한 대사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백설공주의 새엄마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는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벽에 걸린 요술 거울에게 물으면, 진실만 말하는 거울은 항상 “왕비님이 가장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드디어 불행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어느 날 거울이 달리 말하기 때문이다: “왕비님은 여전히 정말 예쁘십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자란 백설공주가 왕비님보다 훨씬 더 예쁩니다.”  
 
이에 새 왕비는 급기야 엄청난 질투와 분노에 휩싸이고, 마녀로 변장해서 ‘빨간 독사과’로 백설공주를 기절시켜 버린다. 물론 결국에 백설공주는 그녀를 보고 반해버린 왕자로 인해서 마법에서 풀려나고 결혼하게 되는, 그런 전형적인 해피 엔딩의 주인공으로 남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과’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어쩌면 아주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사과는 백설공주의 생생한 젊음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백설공주의 젊은 미모에 질투 난 왕비가 ‘독이 든 사과’를 먹임으로써, 공주의 젊음 자체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왕비는 자신의 제일로 뛰어난 미모가 영원하기를 처절히 갈망했고, 간절히 원했다. 한마디로 ‘최고의 미’를 향한 지나친 시기심이 화를 불렀다.  
 
사실상 사과와 아름다움에 얽힌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목마 작전으로 아주 잘 알려진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에서도 나온다. 놀랍게도 이 전설적인 트로이 전쟁의 발발 이유가 바로 ‘불화의 황금 사과’였던 것이다.  
 
옛날에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이 여신은 매우 화가 났고, 결국 파티에 나타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 사과’를 던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자 세 여신, 즉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각자 이 사과를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이에 제우스의 명으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심판관이 되었고, 그는 세 여신들의 유혹 중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제안, 즉 자신에게 황금 사과를 건네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약속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인 절세미녀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지만, 이로 인해서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간의 전쟁이 일어난다. 이 또한 ‘최고의 미’를 향한 욕심이 수많은 불행과 화를 부른 것이다.  
 
이렇게 백설공주를 기절시킨 ‘빨간 사과’와 트로이 전쟁의 불씨인 ‘황금 사과’는 둘 다 젊음과 미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를 드러낸다. 심장 모양의 빨간 사과는 건강한 심장과 혈기를, 황금 사과는 마치 금처럼 밝게 빛나는 얼굴과 곱고 윤기 있는 머리결과 피부를 상징한다. 그래서 삶의 연속성에 있어서, 여성이 노화해서 폐경기(완경기)에 이르면, 하얀 머리에 주름지고, 월경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새’ 왕비도, 심지어 ‘권력’의 여신인 헤라도,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도,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조차도 결국은 ‘최고의 미’ 앞에서 굴복했다. 절대적으로 영원한 아름다움을 좇고, 탐나는 최고의 미모를 갖고자 지나친 욕심을 냈기에 ‘독 든 빨간 사과’와 ‘불화의 황금 사과’가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노화기 스펙트럼을 겪으면서, 특히 여성은 폐경기를 넘어 ‘갱년기’로, 남녀 모두 다시 ‘제 2의 인생’을 새롭게 산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니 거울 앞에 서서 우울하게 “거울아, 거울아!”라고 부르며, 슬프게 한탄하지 말도록 하자. 차라리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라고 되새기며,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아주 힘차게 외쳐보자.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