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드릴 물김치” 한밤중 식당 달려온 청년…장례 후 전한 인사
중앙일보
2026.11.03 16:27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스레드에 올린 물김치 사진. 사진 스레드 계정 @sintoburi_08 캡처
한 식당 사장이 영업이 끝난 늦은 밤 위독한 할머니를 위해 물김치를 구하러 달려온 청년에게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내어준 사연이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식당 주인 A씨가 지난달 31일 올린 스레드 글이 확산했다. 글에 따르면 최근 늦은 밤 직원들이 퇴근한 뒤 A씨 홀로 뒷정리를 하던 중 식당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예약 전화일 수 있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저 지금 달려가고 있다. 할머니가 다른 건 안 드시고 물김치만 조금 드신다”며 “물김치를 살 수 있겠느냐”고 애원하듯 물었다.
A씨는 물김치를 챙겨 들고 1층으로 내려가 남성을 기다렸다. 잠시 후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한 청년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고 품에서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건넸다.
A씨는 돈을 받지 않고 물김치를 내어줬다. A씨는 “얼마나 뛰어왔는지 숨을 헥헥거리면서 주섬주섬 만원을 꺼냈다”며 “그냥 빨리 가서 할머니를 드시게 하라”고 했다.
청년은 연신 “고맙습니다”라며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일주일 뒤 청년은 식당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예약 없이 25명가량의 단체 손님이 식당을 찾았는데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들어선 일행 사이에 청년이 눈에 띄었다.
청년은 A씨에게 다가와 “사장님, 할머니 장례를 잘 치르고 왔다”며 “저번에 주신 물김치가 정말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동행한 가족들에게 A씨를 가리키며 “저번에 물김치를 그냥 챙겨주신 사장님”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그제야 청년이 한밤중에 절박하게 물김치를 찾았는지 깨달았다. A씨는 “순간 무슨 상황인가 싶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할머니의 마지막 길에 작은 온기라도 보탤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유일하게 드셨던 마지막 음식이었을 것”,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물김치였을 것이다”, “가족들이 장례를 마치고 식당을 다시 찾은 마음이 따뜻하다”, “사장님의 정이 가족의 마지막 기억을 지켜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장구슬([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