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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작가 등 12개 단체 “드라마 투자할수록 손해, 한류 창작 다음 세대 못 키운다”

중앙일보

2026.11.03 19:12 2026.11.0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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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 창작 제작자가 모인 12개 단체가 “한류를 이끄는 K드라마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범정부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관련 12개 단체가 국내 드라마 제작 산업을 살릴 범정부 종합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관련 12개 단체가 국내 드라마 제작 산업을 살릴 범정부 종합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4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드라마PD협회·한국방송작가협회 등 관련 12개 단체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산업계의 문제는 한 업계의 경영난을 넘어, 한류와 국민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K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음식·화장품·패션·관광 등으로 확산하며 한류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드라마 제작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제작비 상승과 투자 여력 감소로 인해 드라마에 투자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는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가 편성한 드라마 편수는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줄었다.

제작비는 상승하는데, 광고 재원은 감소한 여파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광고 수입이 줄면 방송사가 드라마에 투자하고 편성할 여력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드라마 제작사의 지식재산(IP)권 확보와 이에 따른 후속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최근 플랫폼 환경도 한몫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제작비 상승의 원인으로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OTT의 제작 방식으로 인한 것”이라며 사실상 넷플릭스·디즈니+를 직격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작품이 성과를 올려도, 다음 작품을 기약할 수 없는 데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 편수가 감소하는 만큼 신인 창작자들이 자랄 토대도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 회장은 “일자리가 없다. 숏폼과 AI까지 합세해 상당히 혼란스럽고, 대세를 따르긴 해야겠지만 현재 처한 상황이 곤궁하다”고 말했다. 박해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도 “원래 작품이 끝나면 제 밑에서 일하던 보조 작가에게 넘겨줄 일이 생기는데, 지금 보조 작가들이 놀고 있다. 외국 거대 자본에 (산업이) 종속돼서 끌려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드라마 산업 기반의 회복이 국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류 관련 총수출액이 189억7500만 달러(약 25조 3866억원·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K 드라마의 영향이 주효한 결과라면서다. 방송영상산업의 수출 규모도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 687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이런 수출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적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내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에서 방송영상 분야 예산은 45억원(918억→873억원) 줄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콘텐트 진흥 예산도 44억원(168억→124억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본 총무성은 드라마 등 콘텐트 수출액을 2033년까지 2500억 엔(약 2조 2500억 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며 내년 관련 예산으로 올해의 다섯 배를 재무성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글로벌 OTT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방송사들이 산업 환경을 리드하던 시절을 기준으로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를 회복하도록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1조원 규모의 중장기 드라마 투자 재원을 써서 국내 방송사·OTT와 연계한 투자 작품이 편성·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병준 회장은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100편의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1편의 성공한 드라마보다 99편의 드라마가 더 중요하다. 거기서 창작자들이 성장하기 때문”이라며 드라마 제작 편수가 회복돼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기자회견에는 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 회장,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박해영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회장,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이 각 단체를 대표해 참석했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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