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최규한 기자] 8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꿀알바’(감독 김다민) 오픈 토크가 열렸다.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59개국 316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군 복무 중인 배우 이재욱(맨 오른쪽)이 휴가를 내 오픈 토크 행사에 방문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6.10.08 / [email protected]
[OSEN=이인환 기자] 2026년 한국의 최저 시급은 1만 320원. 근데 만약 그 시급의 최소 50배를 주는 ‘꿀알바’. 하지만 다만 살아서 퇴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달콤한 구인 조건을 공포의 입구로 바꾼 ‘꿀알바’가 한국형 도시괴담의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SCP와 백룸 등 인터넷에서 확장돼 온 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낯선 세계에 한국 청년의 생계 문제를 접목한 시도다. 출발은 흥미롭다. 문제는 그렇게 불러 모은 호기심을 마지막까지 만족시키느냐다.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는 빚에 쫓기던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수상한 인력사무소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저 시급의 상식적인 일자리라면 받을 수 없는 보수 뒤에는 그만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꿀알바’의 주인공인 혁준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혁준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거절할 여유는 없다. ‘꿀알바’는 어떻게 보면 과한 호러나 오컬트 설정 대신 단순하고도 현실적으로 절박한 조건 위에 이야기를 쌓아 올려간다.
최근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페이지 등 한국의 웹소설 플랫폼에서 ‘괴담물’은 이미 자리를 잡은 하나의 대세가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실제로 영상화로 이어지고 있다. SCP 재단 시리즈나 백룸 같이 먼저 시작한 크리피파스타(도시 전설)류의 컨텐츠는 서양 영화나 드라마계의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됐다.
[OSEN=최규한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동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꿀알바’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면서 펼쳐지는 생계형 밥벌이 호러 시리즈다.
‘꿀알바’는 이런 크리피파스타류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고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실제로 ‘꿀알바’ 초반부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동 공간이 일상과 전혀 다른 낯선 규칙에 지배되는 순간에서 주는 크리프파스타류의 긴장감을 주며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첫 일터인 편의점부터 그렇다. 누구나 한 번쯤 이용했을 평범한 장소와 비정상적인 업무 조건의 조합이, 기존의 호러물의 주 배경이던 멀리 떨어진 폐가나 저주받은 마을과는 다른 불안을 만든다. 무엇이 위험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일단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시청자를 혁준의 처지로 끌어들인다.
‘꿀알바’는 일상의 질서가 통하지 않는 공간, 이유를 다 알 수 없는 규칙,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구도는 한국의 아르바이트와 인력사무소라는 생활 언어로 옮겨왔다. ‘꿀알바’에서 혁준은 무슨 사명감으로 공포와 맞서 싸우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이인해 고액의 보수가 혁준이 공포를 견디게 하는 동기라는 설정은 효과적이다. 위험을 목격하고도 다시 일터로 향해야 하는 이유를 인물의 무모함만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돈이 없으면 선택지가 줄어들고, 선택지가 줄어들수록 더 위험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다. 기괴한 일자리의 외형 아래 놓인 사정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꿀알바’라는 제목의 가벼움과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의 무게가 부딪치며 작품 특유의 씁쓸함을 만든다.
그런 만큼 초반에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방식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혁준이 알지 못하는 것을 시청자 역시 알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는 새로운 질문을 불러오면서 시청자의 몰입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OSEN=최규한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동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꿀알바’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면서 펼쳐지는 생계형 밥벌이 호러 시리즈다.
배우 김민하, 김다민 감독, 한준희 기획총괄, 이희준(왼쪽부터)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2026.10.28 / [email protected]
단 ‘꿀알바’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방향 전환을 시전 한다. ‘혁준’의 가족 시점으로 바뀌면서 극의 장르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변화로 인해 초반에 가져온 도시 괴담 설정들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서사의 구멍으로 변하게 된다.
후반부의 아쉬움 역시 이 대목에서 짚게 된다. 초반에는 도시 괴담류의 설정으로 탄탄한 긴장감을 만들어 냈지만, 끝에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인물과 미스터리가 이런 설정이 앞서기 시작하면 결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생계형 공포라는 강점도 마지막까지 더 선명하게 이어졌다면 좋았을 부분이다. ‘꿀알바’가 흥미로운 이유는 괴이한 존재가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그곳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다시 출근해야 하는 사람의 처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꿀알바’는 초반부에 쌓아 올린 크리피파스타류의 설정과 서사를 끝까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배우들의 활약은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극을 지탱한다.
결국 ‘꿀알바’의 아쉬움은 낯선 장르에 도전했다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의 가능성이 뚜렷했기에 마지막에 대한 기대도 컸다. 평범한 일터를 공포의 공간으로 뒤집고,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생계에서 찾은 발상은 매력적이었다.
그 참신함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가족 서사와 더 큰 미스터리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작품만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꿀알바’의 출발까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도시 괴담의 감각을 한국의 노동 현실과 연결하고, 평범한 일터를 생존의 공간으로 뒤집은 발상은 분명 눈길을 끈다. 익숙한 귀신 이야기와 다른 방식으로 공포에 접근했다는 점에서도 시도할 가치가 충분했다.
다만 참신한 설정으로 문을 여는 일과 그 문 너머에서 끝까지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일은 별개다. ‘꿀알바’는 전자의 매력을 보여준 만큼 후자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처음의 기묘함이 강렬했기에 마지막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