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스페인 축구계에서 황당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 도중 발생한 충돌 사고로 헤수스 데 미겔(30, 테네리페)이 사망한 가운데 아무런 관련도 없는 축구선수가 인종차별적 욕설과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 '라 시우타트'는 4일(이하 한국시간) "데 미겔의 사망 이후 FC 안도라 골키퍼와 성이 같은 다른 축구선수에게 욕설과 협박이 쏟아졌다. 칸 비달레트 소속 '미셸' 오워노가 그를 헤수스 오워노로 오인한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로부터 증오 메시지와 인종차별적 욕설,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테네리페와 안도라의 스페인 라리가 2(2부리그) 경기 도중 테네리페 공격수 데 미겔과 오워노가 강하게 충돌했다.
후반 추가시간 오워노가 길게 넘어온 공을 걷어내기 위해 페널티 박스 밖으로 뛰쳐나왔고, 공을 향해 달려오던 데 미겔과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높이 들어 올린 오워노의 무릎이 데 미겔의 가슴 부위를 강타했다.
[사진] 스카이 스포츠 소셜 미디어.
데 미겔은 의식을 잃은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오워노에게는 레드카드가 주어졌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은 데 미겔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동료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의 아내와 아이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데 미겔은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심폐소생술 끝에 다시 심장 박동을 되찾았다. 그러나 데 미겔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는 스페인 현지 시각으로 3일 오전 8시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30세였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전 세계 축구계가 슬픔에 빠졌다. 이강인뿐만 아니라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킬리안 음바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애도를 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번 주 열리는 모든 UEFA 경기에서 묵념을 진행하기로 했다. 스페인축구협회도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데 미겔과 충돌한 골키퍼 오워노를 향해 욕설과 살해 협박을 퍼붓기까지 했다. 그를 '살인자'라고 비난하면서 분노를 쏟아냈다. 결국 오워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사진] 미셸 오워노 소셜 미디어.
그러자 일부 이용자들은 같은 성을 가진 다른 계정들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소속팀도 다른 미셸 오워노가 공격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단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사고를 일으킨 골키퍼로 오인받은 것. 수많은 증오 메시지와 인종차별적 욕설, 살해 협박까지 날아들었다.
결국 미셸 오워노는 직접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 뒤 "나는 헤수스 오워노가 아니며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사람들이 성 때문에 나를 혼동하고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증오 메시지와 인종차별, 욕설, 협박을 받았다. 이는 내게 깊은 상처를 줬으며, 나는 이러한 행위를 전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인종차별과 무분별한 비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미셸 오워노는 "우리는 점점 더 병들어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종차별과 증오, 불관용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누군가의 피부색이나 출신을 이유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모욕하거나 협박하는 일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사진] 칸 비달레트 소셜 미디어.
소속팀 칸 비달레트도 미셸 오워노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과 명예훼손, 욕설, 협박 등 어떠한 형태의 행위도 규탄한다. 신원 착오로 인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는 우리 선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존중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는 당신 곁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셸 오워노가 실제로 받은 악성 메시지 일부도 공개됐다. 공유된 이미지 속에는 "더러운 흑인 XX. X 같은 자식아. 너는 사람 하나를 죽였다", "살인자! 우리나라에서 꺼져, XXX야", "개자식"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가득했다. "내가 오워노를 착각했어"라며 뒤늦게 자기 실수를 알아차린 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