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해결을"…급진 성향에 우려 올림픽 앞둔 시장 교체 신중론도 "한인 후보라고 무조건 지지 안해"
3일 앤더슨 멍거 패밀리 YMCA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올해 중간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이나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한목소리로 ‘변화’에 한 표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고물가와 개스 가격 상승, 치안 불안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주길 열망했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주도해 온 가주 정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은 물론, 급진적인 성향의 정책이나 후보를 경계하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3일 오전 11시, LA 한인타운 앤더슨 멍거 패밀리 YMCA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대기 줄은 건물 밖 블록 끝까지 길게 이어졌다.
투표소 현장에서 만난 윤명옥(72)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였다”고 털어놓았다. 윤씨는 “민주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공화당의 스티브 힐튼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뉴섬 주지사 재임 기간 가주 사정이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이제는 공화당 후보에게 기회를 줄 때”라고 말했다.
LA 시장 선거에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앙일보 본사 투표소에서 만난 이정(67)씨는 “이번 LA 시장 선거에서는 라만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며 “배스 시장은 부임 당시 약속했던 노숙자 문제 해결 등 주요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중앙루터교회 투표소에서 만난 피터 정(58)씨는 “라만 후보는 성향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도시 행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올림픽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이 갑자기 교체되는 것도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 시 신분증(ID) 소지를 의무화하는 주민발의안 39도 투표용지에 올랐다.
한인타운의 한 공립학교 교사인 이예찬(36)씨는 “투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데 신분증조차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인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해선 안 된다는 유권자들의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박상길(89)씨는 한인 최초로 가주 정부 선출직에 도전한 제인 김 보험국장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아무리 한인 후보라 해도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인물은 이미 한쪽으로 편중된 가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승우(32)씨 역시 “모두를 위한 보험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결국 주민들의 세금으로 이를 충당하지 않겠느냐”라며 “세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김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억만장자세’로 불리는 주민발의안 40을 두고도 한인 유권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슈아 김(43)씨는 “가주는 이미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가 과도한 편”이라며 “세수를 확충해야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해당 발의안으로 부유층이 주 밖으로 이탈하면 그 세수 부담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그대로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