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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관심 없다면서 美에 ‘말·주먹’ 동시에 꺼낸 北…속내는

중앙일보

2026.11.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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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남포조선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남포조선소에서 5000t급 신형 구축함의 후속함과 1만 t급 첫 구축함을 건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적수들의 핵공갈과 위협은 반드시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남포조선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남포조선소에서 5000t급 신형 구축함의 후속함과 1만 t급 첫 구축함을 건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적수들의 핵공갈과 위협은 반드시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대미 강경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는 동시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을 향해 ‘말’과 ‘주먹’을 동시에 꺼낸 셈이다. 대화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이중적 행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포기가 모든 문제해결의 대전제이며 기본열쇠”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대결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러한 비신뢰적이고 적대적인 사람들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틀 연속 발표한 담화의 의제 변화도 주목된다. 전날에는 미국의 바이낸스 해킹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날은 비핵화ㆍ인권ㆍ사이버ㆍ제재ㆍ군사 등 대북 정책 전반으로 비판의 전선을 넓혔다. 개별 현안에 대한 방어적 대응에서 전방위적인 대미 공세로 전환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남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신형 구축함을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남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신형 구축함을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은 “우리의 반사적 대응에서도 새로운 기록들이 창조돼야 마땅하다”고 경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수록 북한 역시 새로운 차원의 대응으로 응수하겠다는 경고”라며 “신형 무기체계 시험이나 고강도 도발을 예고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김여정은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분명 대화가 포함돼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국가이익과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도 협상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화의 일차 독자는 워싱턴으로, 북한이 그만큼 북ㆍ미 접촉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도 “공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물밑 접촉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이 지난 2일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신형 대형 군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고 해군력 강화를 주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정은은 “신성한 우리의 영해주권은 가장 책임적인 노력과 실제적이며 선진적인 국방기술력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공개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1만t급 순양함으로 추정되는 신형 함정 건조를 공개했다”며 “순항미사일 등의 탑재량을 늘린 장거리 함대지 타격 함정으로 건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도 맞물린다. 김정은은 2024년 2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선’이라고 부정했다. 육상에 이어 해상에서도 자체 경계선을 내세워 NLL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임 교수는 “북한이 향후 서해상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해상 국경선을 강행 선포하고 ‘해상 경계선 분쟁화’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수 발의 미사일도 발사했다. 지난 2일 순항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최근 일주일 사이 네 번째 무력시위다. 다만 김여정이 경고한 ‘새로운 기록’과 직접 연계된 도발인지는 불분명하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수 발의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이 ‘탄도미사일’ 대신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가운데 군 당국은 사거리 300㎞ 미만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과 지대공 요격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원을 분석 중이다.



정영교.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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