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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기판 품귀…수조원대 선점 경쟁

중앙일보

2026.11.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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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첨단 패키지기판이 새로운 공급망 병목으로 떠올랐다. 미국 인텔이 기판 물량 확보에 최대 8조원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부품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서 패키징용 기판 부족으로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기판과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의 공급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LG이노텍이 공개한 무선통신용 반도체 기판(RF-SiP). 반도체 칩을 기판에 연결하는 구리 기둥(Cu-Post)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이 공개한 무선통신용 반도체 기판(RF-SiP). 반도체 칩을 기판에 연결하는 구리 기둥(Cu-Post)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 LG이노텍

인텔은 3분기 종료 이후 기판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계약 2건도 체결했다. 예상 자금 소요는 53억~61억 달러(약 7조1000억~8조2000억원)다. 이 가운데 약 33억 달러를 2027년 말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사가 수년 뒤 사용할 기판을 확보하는 데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다.

기판 공급 부족 배경에는 AI 반도체의 고성능화가 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를 연결하는 기판도 더 크고 복잡해진다. 여러 층의 회로를 정밀하게 쌓아야 하는 만큼 생산 난도가 높고 공장을 증설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표적인 제품이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다.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고부가 기판으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에 쓰인다.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고객사가 기판 업체의 설비투자 비용을 지원하고 장기간 구매할 물량까지 보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세종사업장과 베트남법인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자해 FC-BGA 생산시설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세종에 4조2700억원, 베트남에 2조5100억원을 투입한다. 세종 신규 시설은 2028년 9월 양산을 시작하고, 베트남 시설은 2030년 6월 가동할 계획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번 투자는 글로벌 고객사의 자금 지원과 중장기 구매 약속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삼성전기로서는 대규모 투자 부담을 덜면서 향후 판매 물량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증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고객사들의 추가 주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계획된 증설만으로는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며 추가 투자 시기와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도 성장세다. 삼성전기의 3분기 패키지솔루션사업 매출은 9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서버용 CPU와 AI 가속기,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고부가 FC-BGA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LG이노텍도 AI용 기판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9월 한 변의 길이가 100㎜를 넘는 AI 가속기용 FC-BGA를 공개하고 고객사와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7년 AI 학습·추론용 제품 양산을 시작해 2028년까지 서버용 고부가 기판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주요 고객사 2곳과 장기공급계약(LTA) 및 추가 투자 방안도 협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칩 생산을 넘어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단계로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판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기판 업체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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