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한인 밀집 도시 시장 릴레이 인터뷰 미국 최초의 주립대학 UGA 개교 기념 학문의 부흥 표방, 그리스 아테네 이름 따 한인 커뮤니티 활발, 문화적 활력 기여 대중교통 편리해 은퇴자들도 모여들어
켈리 기르츠 애선스 시장을 시청사에서 만났다. 장채원 기자
조지아주 한인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명실상부 전국 여섯 번째로 큰 한인 커뮤니티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인들이 뿌리내리는 지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도시의 설계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시장을 차례로 만나 한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각 지역들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고대 아테네는 민주주의와 철학을 탄생시킨 서양 문명의 발상지다. 조지아대학교(UGA)가 1801년 미국 최초의 주립대학으로 개교하면서 학문의 부흥을 재연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아테네 이름을 딴 도시가 탄생했다. 애선스(Athens)는 현재 남부 최대 규모의 대학 도시다. 도시 인구 세 명 중 한 명이 학생인데 교직원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은 6만명으로 전체 인구(13만5000여명)의 절반에 가깝다.
전세계 120개국 유학생 3000여명도 그 일원이다. 이중 한국 출신 유학생과 교수진은 2024학년도 기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총 275명이다. 다양한 학생 배경은 곧 도시의 경쟁력이다. 활발한 국제적 교류가 관광객 유치와 지역 인지도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켈리 기르츠 애선스 시장을 만나 도시의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애선스는 무엇보다 대학 도시로 유명한데.
“대학이 가장 큰 고용주이자 지역의 핵심 기반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학이 설립된 후 첫 100~150년 동안은 그 영향이 미미했다는 점이다. 당시 지역 경제 주축은 농업이었는데 초기에는 면화 재배가 중심이었고 이후 의류 및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섬유 공장들이 들어섰다. 1840년대 철도가 들어오면서 농작물과 제조품을 어거스타, 사바나, 나아가 해외까지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UGA 학생들이 도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도시 중위연령도 29.4세로 낮은 편이다. 대학 연구진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성과들이 민간 부문 시장으로 유입돼 헬스케어 및 수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분야 파생 기업이 많은 이유다. 4~6년 정도 단기로 학업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이 애선스의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캘리포니아, 유럽, 아시아 등지로 흩어져서 애선스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이야기해주곤 하는 것이다. 대학을 매개로 거쳐 간 사람들을 통해 지역의 명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중고 공립학교도 24곳이 있는데, 총 1만3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고등학생들의 사회 진출 준비를 돕는 ‘커리어 아카데미(Career Academy)’가 있고 미리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듀얼 프로그램(dual enrollment)’도 다양하다. 아들이 8학년인데 벌써 4년 뒤 대학 지원을 염두에 두고 선생님들과 높은 내신 성적(GPA)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 중이더라. 교사들이 장기적인 안목과 열정을 갖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학 외 도시 특색이 있다면.
“애선스는 조지아주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이자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또 ‘B-52s’, ‘R.E.M.’, ‘Drive-By Truckers’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들이 이곳에서 탄생한 만큼 명성 높은 음악·예술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시드니, 상파울루,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 창작 활동을 한다. 3년 전 캘리포니아의 제약회사 마이스너(Meissner)가 이곳에 동부 지역 거점을 마련, 1700여명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역 경제도 매우 활발하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시 경제 개발 역사상 가장 큰 성과다. 백신 제조 시설이 들어서면 16~18세 청소년들이 해당 산업 분야에서 일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협력할 예정이다.
은퇴자 커뮤니티도 꽤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자녀와 가까이 지내기 위해, 또는 40~60년 전에 UGA를 졸업한 인연으로 은퇴 후 애선스로 돌아오는 분들이 계시다. 또 조지아주에서 두번째로 큰 대중교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애선스-클라크 카운티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에 더해 대학 캠퍼스 내에서 별도로 운영되는 버스 시스템이 있다. 이 둘을 합치면 애틀랜타의 마르타(MARTA) 전철 다음으로 이용객 수가 많다. 시 예산과 연방 정부 지원금을 통해 5년 넘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노선을 늘리고 배차 간격을 줄이는 등 꾸준히 대중교통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활발한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고.
“유학생 1000여명이 상주하는데 그중에는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도 상당히 많다. 이들 덕분에 한국 교회도 생겨났고 아시안 식료품점도 들어왔다. 캠퍼스 내 과학자, 연구원, 학생으로 활동하는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도 애선스의 문화적 활력에 크게 기여한다. 대학 내 많은 부서가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직무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며 반대로 한국에서도 대표단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 2015년부터 서대문구와 자매 결연을 맺어 유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신규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도 있는지.
“5년 전 ‘사람과 소속감(People and Belonging)’이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애선스가 낯설어 거주에 편안함을 느끼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돕고자 만든 조직이다. 정기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지방 정부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나아가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해외에서 온 사람들은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또 어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시청 차원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만든 부서다.
대학도시인 만큼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처음 이주해오곤 한다. 그만큼 치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240명의 현장 경찰관이 활동 중이며 그 외 범죄 분석가 등 행정 직원도 100명 정도 된다. UGA도 자체적으로 80명 정도의 경찰을 두고 있다. 지난 5년 간 많은 지역 사회가 경찰 인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과 달리 애선스는 훌륭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법 집행 인력의 정원을 100% 채웠다. 우리 도시는 경찰관들에게 법정 기준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이 주민들을 더 잘 이해하게끔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