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탈환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가 현실화하자, 중동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12% 내린 배럴당 103.60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0.38% 하락한 96.0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종가는 지난달 7일 이후, WTI는 지난달 14일 이후 가장 낮다.
국제유가는 전날 7% 급락한 데 이어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브렌트유가 117.64달러까지 치솟으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말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중동전쟁이 외교적 탈출구를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란이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 역시 국제유가 흐름을 가를 변수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개입을 견제하고 외교적 해법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공화당의 선거 패배 주요 원인이 고물가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중간선거 결과를 받아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이란 전쟁을 지목했다.
반론도 있다. 미국 내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전쟁이 장기화해 국제유가 변동성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게이브칼의 윌 데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선거 결과가 신속한 전쟁 종식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작전 중단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6년 중간선거에서 이라크 전쟁 영향으로 공화당이 참패한 뒤에도 병력을 추가 투입한 사례를 들면서다.
만일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험료나 운송비 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 구조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원유 물동량이 회복되더라도, 정제된 석유제품의 경우 공급 부족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정유시설 가동률이 연말까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올해 4분기(10~12월) 경유 시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진된 재고를 보충하는 작업은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