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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뽑았던 미국, 이제 제동 건다”…승리의 밤 쏟아진 ‘트럼프 경고장’

중앙일보

2026.11.03 23:58 2026.11.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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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정부에서 벌어진 수준의 부패를 다시는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을 도덕적 갈림길에 세운 선거입니다.”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버지니아주 연방의원 당선자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버지니아주 연방의원 당선자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힐튼 마크 센터에서 열린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의 ‘선거의 밤’ 행사. 투표 종료 직후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은 그가 무대에 올라 “규칙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자 장내에 모인 지지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71세의 3선 의원인 그는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고 이미 선언했다. 연방 상원의원직 당선을 “(국민에게) 채용됐다”고 거듭 표현한 그는 공직이 갖는 무게를 강조하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이념 전쟁 구도를 형성하려 했지만, ‘민주주의 수호’는 승자의 선언이었다. 유세 때문인지 쉰 목소리로 그가 법치와 민주주의를 힘주어 말할 때마다 성조기를 흔들며 손을 높이 드는 지지자들로 가득 찬 행사장은 아이돌 콘서트를 보는 듯 흥겨운 파티 분위기에 가까웠다.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워너는 현재 상원 정보위원회 간사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확보한 상원에서 그는 정보위원장 1순위다.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좋은 편이며, 우리의 방향과 미래는 민주주의 국가들,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도살자와 함께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일갈에서는 향후 미 의회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의 또 다른 승자인 돈 바이어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버지니아주 제8선거구)은 행사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차원의 견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번 선거 승리로 7선을 달성한 그는 민주당의 승리가 정부의 외교 정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트럼프)가 초래하는 피해를 제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하원의 외교위원회는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은 때때로 우리의 친구들을 적으로 만든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한 한계를 거론하면서도 “우리는 예산, 즉 지출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그의 행동을 완화하는 데 그것이 우리의 주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다.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돈 바이어 버지니아주 연방상원의원.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3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돈 바이어 버지니아주 연방상원의원. 버지니아=유지혜 특파원


바이어는 관세·통상 정책을 관할하는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으로, 상·하원 합동경제위원장을 지낸 경제 분야 중진이다. 실제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입법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관세와 관련해 그는 “우리는 모든 관세를 폐지할 것이다. 대통령은 그런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법안을 상정하고 표결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또 “의회가 대통령에게 그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했을 때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권한을 남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어는 단상에 올라서는 “미국이 괴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영원히 빛이 바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여러분이 우리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또 “이제 우리는 연민과 공정함, 정의의 진짜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견제와 균형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제니퍼 밀러(55)는 “나는 평소에는 좀 더 보수적인 유권자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밀러는 “양당이 경쟁하는 ‘퍼플 스테이트’인 버지니아에 사는 장점은 후보를 보고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고, 중도적인 워너가 더 낫다고 생각해 그에게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트럼프가 처음 출마했을 때는 그에게 투표했지만, 이후 두 대선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그는 “그의 정책 중에는 괜찮은 것도 있지만, 그가 국가를 대표하는 모습은 내가 우리 군 통수권자에게 바라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병대 장교로 30년간 복무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서 밀러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다. 트럼프는 수위를 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줄리언 민츠(28)는 자신을 “아기 때부터 민주당 지지 집회에 참석”한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소개했다. 그가 원한 것도 견제였다.

민츠는 “우리는 끔찍한 부패를, 정치인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자기 재산을 불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치솟고, 경유 가격은 더 심하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아, 적어도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무언가는 해야겠구나’라고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민주당의 승리 배경을 짚었다.

민주당은 버지니아에서 연방상원 1석을 방어한 데 더해 연방하원 11석 중 기존 6석을 지키고 공화당 의석 2석을 추가로 가져왔다. 여지없는 ‘블루 웨이브’의 밤, 행사가 끝나며 톰 페티의 ‘아이 원트 백 다운(I Won’t Back Down, 물러서지 않겠다)’이 흘러나왔다.

“어떤 제약에도 얽매이지 않는 마크 워너를 기대하라.” 이미 은퇴를 예고한 그가 트럼프를 겨눠 내놓은 경고와 맞물리는 마무리곡이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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