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4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은행·증권사에 과징금 3712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부과한 금전 제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23년 11월 실태조사에 나선 지 약 3년 만에 난 결론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뉴스1
금융위는 4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최종 의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해당 금융회사들은 문제가 된 상품을 판매할 때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누락하는 등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손익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설명하면서 소비자의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사항을 누락했다고 봤다. 해당 상품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우량 기업 주가(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기까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투자자에 지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지난 2021년 고공 행진을 하던 H지수가 폭락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723억3400만원(과태료 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924억7500만원)·NH농협은행(401억7500만원)·신한은행(387억4500만원)·SC제일은행(179억원) 등에도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이 92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엔 각각 2300만원, 1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제정된 이후 주요 금융회사를 상대로 부과한 첫 금전 제재”라며 “첫 사례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여러 차례 심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당초 금융감독원이 보내는 제재안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1조4000억원, 지난 5월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금융위에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금융위는 은행 등이 ELS 상품 판매로 얻은 부당이득 규모보다 많은 1조4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소비자에 배상한 점, 일부 은행이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점 등을 고려해 금감원이 제출한 과징금 액수를 감경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불완전판매 피해가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에 발생했다는 점도 이번 제재 판단에서 고려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이번 제재가 적합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과징금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판단을 두고 배임(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 이슈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미 대규모 자율 배상을 했는데도 금융위가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중 제재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