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과 중국에서 만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민주노총·전국민주연합노조 간부 김모씨와 양모씨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과 관련한 북한 지령문에 대해 작성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두 사람이 공작원과의 회합을 위해 계획적으로 출국했다는 사실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수원고법은 4일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등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로 출국해 지령을 받고 지령 수행을 협의한 뒤 귀국한 혐의로 기소됐다.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전직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다. 석씨는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지령문·대북보고문을 주고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9년6개월이 확정된 인물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령문 작성자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김일진이라고 보기 어렵고 작성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도 없어 지령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석모씨가 계획적으로 회합을 준비했다는 지령문·보고문을 찾을 수 없고, 두 사람이 지령을 실제 수행했다거나 이를 석씨와 공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광저우의 관광지를 방문한 사진 등을 토대로 두 사람이 휴가차 여행을 갔다는 설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현지에서 석씨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공작원을 만났고, 공개된 장소(광주기의열사능원)에서 약 10분간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을 뿐 지령 수수나 목적 수행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지난 8월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구속자 사면 및 수사 중단, 공소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