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식시장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10월 한 달간 KOSPI는 16.2% 하락하며 지난 7월(-22.2%)과 3월(-19.1%)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부진한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요 산업별지수 26개 중에 2개를 제외한 24개 산업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업종이 -18.2%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반도체주 약세는 미국 역시 동일했다.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가 10월 -0.9%의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동 기간 15.4% 급락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반도체주 약세가 두드러졌던 이유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의심으로 옮겨가며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는 공격적인 AI 투자 경쟁이 과열로 치달음에 따라 성과를 내기도 전에 후유증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고, 시장의 의심이 높아지는 부분은 계획됐던 대규모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됐던 반도체 업황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고, 이 점이 10월 국내외 반도체주 동반 급락의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다.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5개 회사(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오라클)의 투자 규모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5개사 합산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는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735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인데, 이는 원화기준 1000조원에 해당하며 올해 대한민국 정부 예산 72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들 회사들은 내년에 자본지출 규모를 1조 달러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장환경이 달라지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투자가 계획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높아진 금리와 치열해진 자금확보 경쟁으로 추가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엔비디아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PER(주가수익비율)이 역사적 최저치까지 동반 하락한 점은 AI 투자 계획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반도체주 향후 이익 전망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도체주의 이례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기 위해서는 AI 투자를 주도하는 미국 핵심 빅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증명해내면서 향후 계획된 투자가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하며, 이는 연말 연초까지 이어질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실마리를 찾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