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가 현지시간 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심혈관 중재시술 국제학술대회 ‘TCT 2026’에서 좌주간부질환의 수술과 시술 10년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혈관이 좁아졌을 때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든, 스텐트 시술을 받든 10년간 사망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 교수팀은 한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 46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 5379명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
연구 대상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관상동맥 가운데 ‘좌주간부’에 질환이 생긴 환자들이다. 좌주간부는 왼쪽 관상동맥의 시작 부분으로, 두 갈래의 주요 혈관으로 나뉘는 길목이다. 심장근육의 넓은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곳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관상동맥우회술과 스텐트 시술이다. 우회술은 가슴을 열고 다른 부위에서 채취한 혈관을 연결해 막힌 혈관을 피해 혈액이 흐를 새로운 길을 만드는 수술이다. 반면 스텐트 시술은 혈관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좁아진 부위에 금속망을 펼쳐 혈액이 잘 흐르도록 한다. 가슴을 열지 않아 신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도 빠르다.
그동안 좌주간부 질환에는 우회술이 표준치료로 시행돼 왔다. 스텐트 시술이 발전하면서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어느 방법이 장기 생존에 더 유리한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 서구권 연구에서는 우회술이 장기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스텐트 시술을 받은 3836명과 우회술을 받은 1543명의 치료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 후 10년간 누적 사망률은 스텐트 시술군 24.0%, 우회술군 22.9%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심장 관상동맥과 좌주간부의 모습. 좌주간부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왼쪽 관상동맥의 시작 부분으로, 고속도로의 진입관문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부위에 동맥경화반이 쌓여 혈관이 심하게 좁아졌을 때 관상동맥 우회수술과 스텐트 시술 중 어떤 치료가 더 적합한지는 오랫동안 심장학계의 주요 논쟁 주제였다.
하지만 합병증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치료 이후 발생한 심근경색은 스텐트 시술군이 4.6%로 우회술군(1.9%)보다 높았다. 치료받은 혈관에 다시 시술하거나 수술해야 했던 비율도 각각 11.8%, 4.6%로 스텐트 시술군이 높았다.
반대로 뇌졸중 발생률은 우회술군이 6.2%로 스텐트 시술군(3.0%)의 2배 수준이었다. 장기 생존율은 비슷하더라도 치료법에 따라 합병증 발병 가능성은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환자들의 장기 치료 성적을 대규모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두 치료법 중 어느 것이 무조건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환자의 혈관 상태와 동반 질환, 합병증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그동안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에서 어떤 치료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지를 두고 세계적으로 논의가 지속되어 왔지만, 이번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로 두 치료법의 10년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 심혈관 중재시술 학술대회 ‘TCT 2026’에서도 주요 임상연구 성과로 발표됐다.